[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자율적 안전시스템으로 사업장 위험요소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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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8-13 00:00
입력 2007-08-13 00:00
경기 화성시 양감면에 있는 제일산업㈜.230명의 근로자가 골판지와 골판지 상자, 종이 팔레트를 생산하면서 매년 2건 이상의 재해가 발생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지난해 공장 내부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면서 199건의 공정상 위험 요인을 개선했다. 그 이후 재해율은 1건 이하로 38% 이상 감소했고 생산량은 5.4%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펼치는 자율안전종합지원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안전시스템 구축후 재해율↓ 생산성↑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사업장의 위험성을 평가(위험요소 진단), 자율적인 안전·보건시스템을 구축 해주고 있다. 전체 제조업 재해의 84.8%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자율안전종합지원사업은 사업장에 잠재된 유해·위험 요인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종전 법령에 따라 안전·보건을 책임지도록 규제하는 것과 달리 사업장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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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을 한 지난해에만 217곳의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해줬다. 올해는 500곳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30곳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법령을 지키는지 여부를 확인하던 기존의 명령 통제형에 비해 자율 규제형 안전보건프로그램에 사업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5억원까지 융자지원

자율안전종합지원사업을 원하는 사업장은 안전공단에 신청하면 위험성 평가에서부터 시설개선까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안의 유해·위험 요인을 잘 알고 있는 근로자와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함께 발굴하고 개선하게 된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65개 소업종별 모델을 갖추고 있어 전체 제조업 사업장의 72%까지 적용할 수 있다. 위험성 평가로 유해·위험 요인이 파악되면 사업장과 공단은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자율적인 안전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면 최고 3000만원의 지원금과 5억원의 시설개선자금을 융자해 준다.

사업장은 이를 통해 보다 쉽게 실정에 맞는 안성맞춤의 안전·보건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자율적인 안전·보건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는 공통적으로 생산성 향상, 매출증가, 고용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나이키 한국 본사 (주)삼호산업

“자율적인 안전 시스템으로 사업장의 위험 요소가 사라진 이후 불량 감소, 매출 증가, 고용 증대 등 시너지 효과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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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신발 한국 본사인 ㈜삼호산업은 자율안전시스템으로 산업재해 예방은 물론 안정적인 수주 물량 확보, 매출 증가 등 경영 전반에서 추가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나이키 신발 한국 본사인 ㈜삼호산업은 자율안전시스템으로 산업재해 예방은 물론 안정적인 수주 물량 확보, 매출 증가 등 경영 전반에서 추가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 나이키의 한국본사인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삼호산업은 자율안전시스템 효과를 톡톡히 본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주최한 자율안전종합지원 평가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종업원이 230명으로 나이키 신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자재를 구매, 해외 공장에 공급한다. 디자인을 개발하고 샘플만 만드는 곳이다.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으로 정부의 안전지원시스템 지원 대상이다.

이 회사도 자율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초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환경오염을 막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 책임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회사 한두익 부사장은 “나이키의 현지 공장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면 문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먼저 안전공단에 자율안전종합원지원 프로그램을 신청, 전문가의 기술지원으로 회사의 유해 요소를 찾아냈다.3개월여만에 관리(Management), 교육(Man), 설비(Machin), 물질·환경(Media) 등 4가지 분야에서 노출된 위험성과 개선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각 분야별로 전문 관리인(ESH위원) 1명씩, 모두 12명을 위촉해 안전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이 자율안전종합시스템으로 근로자들은 안정적인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1억여원의 경비로 작업장 배치를 새롭게 하고 핫 프레스기 등 설비기계의 안전성을 높였다. 또 접착제, 채색용잉크, 세척제 등을 친환경적인 소재로 바꿔 냄새와 중독사고 위험성을 없앴다. 작업표준화 및 안전수칙도 강화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전세계 652개 나이키 생산공장의 안전보건관리 실태 평가(CR)에서 최상급인 그린(Green) 판정을 받았다. 이는 곧 나이키의 수주 물량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36%에 이르는 매출(1249억원) 증가 효과를 거뒀다. 불량률 감소, 품질 개선, 매출 증가에 따른 고용 증대 등 회사의 평가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한 부사장은 “전세계 나이키 신발공장 가운데 품질, 경영, 사회적 책임 등 전분야에서 최상급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한국본사의 자율안전시스템을 중국, 베트남 생산공장에도 적용하기로 하고 자체 평가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 안전책임자인 CR팀장 최승천씨는 “곧 한국본사와 중국, 베트남 생산시설이 통합관리될 것”이라면서 “우리 힘으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나라에 전수할 수 있다는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 부산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선진국에서는 산업 재해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프로그램 보급은 선진국에서도 활발하다.

호주,20인 미만 사업장부터 관리

호주 안전보험위원회(ASCC)는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컨설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계획 및 감사 활동을 사업장 규모에 알맞게 적용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산업재해 예방을 통해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 컨설팅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은 호주 전역의 2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각종 안전보건 자문, 교육 및 현장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업주의 신청에 따라 사업장 별로 특화된 자문을 실시하는 데 있다.

각 단계별 주요 내용은 ▲사업주에 대한 안전보건 원칙 및 규정준수 과정 교육실시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평가 실시 ▲사업장 맞춤형 안전계획 수립 ▲수립된 안전계획의 준수를 위한 각종 교육 및 세미나 실시 등이다.

미국, 인증 프로그램 운영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무료 안전보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 결과 발견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으며, 해당 사업장의 개별 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다.

아울러 대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상 유해 위험 요인이 발견될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료 안전보건 컨설팅을 실시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OSHA의 안전보건 정기감독을 1년간 유예해 준다.

OSHA에서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안전보건상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을 골라 안전보건 달성 인증 프로그램에 따라 인증서를 주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987개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다. 인증대상 사업장은 상해와 질병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와 총 재해자수를 전국 평균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또 작업 환경의 변화와 신규 장비 도입에 따른 새로운 재해 요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제공
2007-08-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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