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에티오피아 커피이야기 - ② 커피 세러머니
수정 2007-08-07 00:00
입력 2007-08-07 00:00
커피 세러머니, 얼핏 보면 좀 복잡한 것 같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사실 간단하다.
- 집안에 풀과 꽃을 깔고, 손님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송진향 혹은 유칼립투스 가루를 태워 연기를 피운다.
-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 생두를 물에 씻은 후 프라이팬 모양의 철판 또는 국자 모양의 용기에 담아 볶는다.
- 원두가 잘 볶아지면 손님들이 향을 맡아 볼 수 있도록 죽 돌리는데, 이 때 자기 순서가 되면 손으로 부채질 하듯이 향을 음미한다.
- 잘 볶아진 원두를 나무절구에 넣고 곱게 빻는다. 이 때 한쪽에서는 에티오피아 전통 토기 주전자인 ‘제베나’에 물을 끓인다.
- 물이 끓으면 제베나에 보통 3 큰술 정도의 커피 가루를 넣은 후 약 5~8분간 더 끓인다. 커피가 끓으면 1~2분 정도 커피 입자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 커피를 따른다.
커피는 ‘스니’라는 손잡이가 없는 커피 잔에 담아내는데, 연장자 혹은 귀빈의 순서로 돌아간다. 보통 석 잔을 돌리는데 첫 잔이 가장 진하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이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순으로 농도가 약해진다. 그리고 주인이 대접하는 석 잔을 다 마시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한잔에는 보통 세 스푼 정도의 설탕을 넣어 마시는데 설탕의 당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면 적당한 비율이다. 가끔 향이 나는 풀을 커피 잔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커피 세러머니 후 제공되는 커피 맛은 커피의 색깔만큼 강하고 진한데 꼭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 농도는 우리가 커피숍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초대된 사람들은 볶은 보리나 팝콘 혹은 ‘다보’라고 하는 에티오피아 전통 빵을 먹으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눈다. 에티오피아인들이 커피 세러모니를 통해 커피를 마시는 일은 단지 무언가를 마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친구나 이웃, 친척들을 초대하여 커피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사교의 장으로 커피 세러모니를 이용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일상으로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현지인의 집에 가면 이런 커피 세러모니를 쉽게 구경할 수 있다. 물론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서도 커피 세러모니를 동반한 커피를 주문하면 언제든 이런 의식을 구경할 수 있다.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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