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록은 요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습실 붙박이로 지낸다. 한달 반째. ‘댄싱 섀도우’의 남자 주인공 솔로몬이 되기 위해서다. 순수한 여자 나쉬탈라와 현실적이고 관능적인 신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솔로몬. 원작이 고 차범석의 ‘산불’인 만큼 신성록에게도 솔로몬이라는 말보다 규복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타마르 역의 서희승 선배가 그러시더라고요. 규복 역할은 여태껏 칭찬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대요. 다른 주연들은 극적인 역할인데 이 캐릭터는 내면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니까 누구도 칭찬을 못 들었다고요.”
신성록은 얼마전 막을 내린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봄이 아빠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그가 터를 다진 곳은 뮤지컬이다.‘김종욱 찾기’‘드라큘라’‘사랑은 비를 타고’등에서 연달아 쾌속행진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고맙습니다’에서 어머니였던 강부자도 22일 개막한 ‘산불’의 양씨 역을 맡았다.“강부자 선생님이 다른 선배한테 저에 대해 ‘잘하지?’하고 물어보셨대요. 모자의 인연이 같은 작품에서 연결되니까 신기하네요.” 신성록은 2004년 극단 학전에서 ‘모스키토’로 데뷔했다. 맥주를 들고 시인처럼 거닐던 연출자 김민기는 슬픈 장면에서 울어버린 그에게 웃으며 슬그머니 말했다.“눈물은 네 몫이 아니라 관객들 몫”이라고.“배우는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인데 관객이 느껴야지 제가 백날 느끼면 뭐하냐는 말씀이셨죠.”
그의 첫 TV 진출작은 tvN의 ‘하이에나’. 처음엔 카메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몰랐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TV는 몇 개월 동안 사람을 죽여놔요. 잠도 못 자고 심신을 빼앗아 가버리죠. 그렇지만 미니시리즈 하나 하고 나면 큰 것 하나 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그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은 무대다.“무대는 관객보다 제가 더 느끼고 가져가는 게 많은 곳이에요. 관객은 배우에게서 받고 배우는 더 주려 하는 게 좋죠. 걸음걸이 하나하나에서도 배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쉽지 않은데도 연극이 더 편해요.” 그는 TV나 영화 때문에 무대와 멀어지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도 일년에 두세 번은 무대에 오르겠단다.
신성록은 초연작의 주연을 맡은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이번 작품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귀감이 될 거라 자신한다.“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시스템이에요. 제목만 올려놓고 공연 전까지 노래도 대본도 안 나오면 배우는 미쳐버리죠.‘댄싱 섀도우’는 무대, 음악, 조명 등 다 풀세팅이 되어 있으니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작품할 때는 쉬는 시간에도 맘 놓고 놀지 못한다는 신성록. 완벽주의자냐는 물음에 “완벽주의자이긴 한데 완벽은 아니죠.”라며 웃었다. 그의 눈가에 장난기가 매달려 있었다.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07-06-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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