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雪의 후지산, 검은 모래를 토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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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5-24 00:00
입력 2007-05-24 00:00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도쿠가와를 위한, 도쿠가와의 도시란 느낌이 들었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의 시즈오카시 얘기다. 도쿠가와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뒤를 이어 에도막부(江戶幕府)시대를 연 초대 ‘쇼군’. 도쿠가와가 말년을 보낸 슨푸성(駿府城), 그의 묘가 있는 구노산(九能山) 등 도시 곳곳에 그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다.

올해는 12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조선의 선진문물을 전해 일본 속 한류의 원류(源流)로 인식되고 있는 조선통신사 400주년이 되는 해. 조선통신사는 1607∼1811년 12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총 10회 시즈오카를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일본인의 성지 후지산 그늘 아래 일본의 3대 명차 생산지다운 차밭과 검은 모래의 해변 등을 그림처럼 펼쳐놓은 곳, 시즈오카시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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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와 흰눈을 이고 있는 후지산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미호해변에서 본 풍경이다.
검은 모래와 흰눈을 이고 있는 후지산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미호해변에서 본 풍경이다.


#시즈오카시 최고의 전망대 니혼다이라(日本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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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시는 시즈오카현의 현청 소재지. 축구스타 조재진이 활약했던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 팀의 연고지 시미즈(淸水)시와 합쳐 광역시를 형성한다.

시즈오카 시와 스루가만(敦賀灣), 그리고 남알프스 연봉 너머 우뚝 선 후지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니혼다이라에 올랐다. 한때 일본 관광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던 곳. 우거진 숲 사이로 난 이차선 길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오토바이와 스포츠카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길게 누운 시즈오카시를 아래 두고 우뚝 솟아오른 후지산의 모습이 절경이다. 계절은 초여름을 향하고 있지만, 아직도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후지산 오른쪽으로는 태평양 바다. 옛날 조선통신사 일행들이 이용했던 바닷길이다.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전망대도 좋지만, 니혼다이라 호텔 앞에서 보는 절경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호텔에서 조성해 놓은 잔디밭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다소 눈치가 보여도, 예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잔디밭 끝자락에 서면 널따란 차밭이 펼쳐진다. 일본 최고의 차 생산지다운 모습이다. 특히 해질녘 은은한 붉은 색을 띤 후지산의 모습은 쉬 잊혀지지 않는 절경이다. 시즈오카역에서 니혼다이라 행 버스.35분 소요.

#구노산(久能山) 도쇼궁(東照宮)

도쿠가와의 묘와 진자(神社)가 조성된 곳이다. 스루가만에 연해 있는 천혜의 요새 구노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서기 600년 진씨 성을 가진 백제인이 창건한 절이었다. 자신을 이곳에 묻어달라는 도쿠가와의 유언에 따라 신사로 변모했다.

예전엔 1159개에 달하는 계단을 이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케이블카로 연결돼 한층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벽과 기와 등의 검은 색과 황금빛 장식이 어우러져 근엄하고 화려하다. 신사 뒤쪽엔 도쿠가와가 자신의 애마(愛馬)와 함께 묻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가며 보는 스루가 만과 우거진 원시림은 또다른 볼거리다. 케이블카 요금 어른 1000엔, 어린이 500엔. 도쇼궁 입장료는 어른 350엔, 어린이 150엔. 니혼다이라 아래쪽에 케이블카 입구가 마련돼 있다.

#화산(火山)이 만든 검은 모래 미호(三保)해변

미호해변은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검은 모래와 코발트빛 바다, 그리고 솔밭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해안가 초입에는 미호노 마쓰바라(三保の松原)가 있다.7㎞의 해안선에 우거진 5만 4000여그루의 소나무 군락지는 일본 3대 솔밭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적송(赤松)과 달리 흑송(黑松)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신의 길’로 불리는 소나무 참배길 끝에는 하고로모노 마쓰(羽衣の松)가 있다. 일본판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소나무. 남자의 직업(?)이 어부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JR시미즈 역에서 미호랜드행 버스.25분 소요.

글 시즈오카 손원천특파원 angler@seoul.co.kr

#가볼 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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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켄지(淸見寺)

서기 679년 창건된 절. 조선통신사 일행들이 묵었던 숙소이기도 하다. 곳곳에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찰 뒤편의 정원은 에도 시대의 대표적인 정원. 일본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정원 가운데의 ‘구곡천(九曲泉)’은 아홉가지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JR오키쓰(興津)역에서 도보로 10분. 어른 300엔, 어린이 150엔.

슨푸공원(駿府公園)

도쿠가와가 축성해 전성기와 말년을 보낸 성터다.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녹음 가득한 공원으로 변했다. 일본 전통 기법에 따른 망루와 히가시고몬(東御門) 대문 등이 재건돼 있다. 망루는 3층식 2층 구조. 내부에는 도쿠가와의 밀랍 인형과 성 복원 공사 당시 출토된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시즈오카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2007-05-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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