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得望蜀(득롱망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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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14 00:00
입력 2007-04-14 00:00

농 땅을 얻고나니 촉 땅이 탐난다. 得:얻을 득,:땅이름 롱,望:바랄 망,蜀:나라이름 촉

후한을 세운 광무제 유수가 천하통일을 막 이루려고 할 무렵, 당시 세력가들은 대부분 유수에게 귀순했지만 농서(西, 감숙성) 땅의 외효와 촉(蜀, 사천성) 땅의 공손술만은 강력히 저항했다. 유수의 신하들은 이 두 곳을 당장 토벌하자고 건의했지만 유수는 언젠가는 자신의 소유가 될 것으로 확신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마후 외효가 병으로 죽자 그의 아들 외구순이 유수에게 항복했다. 이제 유수의 손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촉뿐. 이에 유수는 이렇게 말했다.“인간은 만족할 줄 모른다더니, 이미 농 땅을 얻고도 다시 촉을 바라는구나.” 득롱망촉(得望蜀)은 바로 이 유수의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가리킨다.‘후한서’ 광무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대(對)고객 영업 마감시간을 현재의 오후 4시 반에서 3시 반으로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금융노조는 은행 창구영업이 끝나도 마무리 작업을 하다보면 직원들이 오후 8시 넘어 퇴근하기 일쑤라며 노동강도가 높아져 영업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은행원들의 일이 적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은행 영업시간 단축은 ‘국민정서법’ 상으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렬하기까지하다. 누구는 그만큼 일하지 않느냐며 은행 시스템을 완전 자동화해 은행원들을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다. 본분을 잊은 금융노조의 요구는 철회돼야 한다. 은행원의 삶의 질이 중요한 만큼 고객 서비스 또한 중요하다. 그것은 결코 희생될 수 없는 가치다.

득롱망촉에 관한 또 다른 고사도 있다. 삼국시대 농() 땅을 차지한 조조는 “조금만 더 진격해 유비의 촉 땅까지 손에 넣자.”는 사마의의 진언을 물리치고 더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조조처럼´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도 그물도 다 잃는 해망구실(蟹網俱失)의 꼴이 되기 십상이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된다는 얘기다.

jmkim@seoul.co.kr
2007-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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