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사탕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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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06 00:00
입력 2007-04-06 00:00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우리 아들 영웅이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 키 173cm, 몸무게 74kg의 커다란 덩치에 워낙 먹성이 좋아 ‘대형 냉장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보통 아이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정신지체 2급’이라는 명찰을 하나 더 달고 있다. 밖에 나가면 덩치 좋고 인물 좋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지만 실제 정신 연령은 3~4세 수준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덩칫값도 못하는 셈이다.

그런 아들이 얼마 전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자폐증이 있어서 혼자 다니기를 겁내고, 자동차를 무서워해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슈퍼도 혼자서 가지 못하는 아들이 사라진 것이다. 집 안 어디에서도 아들을 찾을 수 없어서 난 놀란 눈으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발에 불이 나도록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그런데 길 건너편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고 떨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내가 “영웅아!” 하고 부르자 아들도 “엄마!” 하며 동네가 떠나갈 듯이 나를 불렀다. 횡단보도를 건너가서 “말도 없이 왜 혼자 나왔어?” 하고 묻자 아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내밀었다. “엄마! 생일 축하해!” 아들이 내민 것은 사탕으로 만든 부케였다.

며칠 전부터 나는 “우리 영웅이는 엄마 생일 선물 뭐 해줄 거야?” 하고 대놓고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내내 고민하던 아들이 슈퍼에서 눈여겨보았던 사탕 부케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혼자 도로를 건너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제 딴엔 제법 큰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생각하자니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덩치가 산만 한 아들을 안고 “아들! 정말 고마워” 하며 등을 두드려주는데, 아들의 덩치만큼이나 큰 사랑이 가슴속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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