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권력’ 포털 대해부] 100여곳서 하루평균 기사 8000여건 헐값에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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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수정 2007-03-28 00:00
입력 2007-03-28 00:00
■ ‘하청업체’로 전락한 언론사

“기존 언론사는 포털과 상대가 안 됩니다. 시장을 모두 잠식당했다고 보면 됩니다. 언론사로서 정말 창피한 일이죠.”

한 중앙종합일간지가 운영하는 닷컴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동영상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전문업체의 한 임원은 “기존 신문사의 기자들은 포털에 자기 기사가 하루 종일 떠 있으면 우쭐하겠지만, 누리꾼들은 신문사나 기자를 기억하지 않는다.”면서 신문·방송 기자는 포털 납품업체의 말단 사원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기존 온·오프라인 언론사가 포털의 군소CP(콘텐츠 프로바이더)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과장된 말이 아니다. 네이버의 홍은택 미디어서비스 이사는 “100여개의 언론사가 하루에 8000여건의 기사를 보내고 있다.”면서 “하루에 보통 1∼2개의 신생 인터넷 언론들이 뉴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제품(뉴스)을 납품하려는 하청업체(언론사)가 많다보니 포털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더욱이 뉴스 CP들은 포털의 ‘뉴스박스’에 걸리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달기 경쟁까지 벌여준다.

공급자가 많다 보니 콘텐츠 가격은 수요자 맘대로 결정된다. 소위 ‘메이저’ 신문을 제외하면 대다수 종이 신문들은 포털로부터 월 40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론사가 네이버로부터 받는 금액이 월 400만원이고, 다른 포털로부터 받는 금액은 200만원선에 그친다.

포털을 통하지 않고는 존재 자체를 알릴 수 없는 인터넷 언론의 사정도 열악하다. 한 인터넷신문 관계자는 “기사 제공이 활발한 몇몇 연예·스포츠 인터넷 신문은 월 500만∼1000만원을 받지만 대다수 군소업체는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도 문적박대를 당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시장점유율이 비슷할 때는 그나마 단가가 높았는데, 네이버 독점 체제로 접어들면서 가격 후려치기가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털 관계자는 “메이저 신문이 기사 제공을 거부하면 타격이 있겠지만 마이너 종이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은 ‘대체재’가 널려 있다.”면서 “함량 미달의 기사까지 다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기존 언론이 포털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책임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채 헐값에 고급 기사를 넘긴 언론사 스스로에게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윤영철 교수는 “모든 언론사가 포털사에 전체 콘텐츠를 ‘헐값’으로 제공하는 일은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라면서 “인터넷에서 자체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한 채 과잉경쟁을 일삼은 기존 언론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고, 언론시장 정상화와 바람직한 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모든 포털에 줄을 서는 현상은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7-03-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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