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問鼎輕重(문정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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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3-15 00:00
입력 2007-03-15 00:00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 때의 일이다. 육혼 지방의 융족(戎族)을 토벌하고 낙수 일대로 진출한 장왕이 주나라 도읍 낙양 인근에 군대를 주둔시키자 주나라 정왕은 대부 왕손만을 보내 장왕을 회유토록 했다. 왕손만을 만난 장왕은 대뜸 주왕실의 대보(大寶)인 구정(九鼎)에 대해 물었다. 정(鼎)은 천자(天子)의 상징. 구정은 하나라 우임금이 구주(九州)의 구리를 모아 만든 거대한 솥으로, 장왕이 이에 대해 물은 것은 천자의 자리에 앉아보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간파한 왕손만은 장왕에게 이렇게 말했다.“솥의 경중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덕이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입니다. 천자의 덕이 있으면 작은 솥이라도 무겁게 버틸 수 있고 덕이 흐려지면 큰 솥이라도 가볍게 옮길 수 있으니 솥은 항상 덕이 있는 곳으로 옮겨져 왔지요. 하나라 걸왕의 덕이 쇠퇴하자 솥은 은나라로 옮아가고 은 주왕의 덕이 쇠하자 다시 주나라로 옮아갔습니다. 오늘날까지 주나라가 솥을 전해온 것은 하늘의 명(命)입니다.” 이에 장왕은 무력만으론 주나라를 칠 수 없음을 깨닫고 헛된 야욕을 접었다.‘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비롯된 문정경중(問鼎輕重)은 제위를 엿보거나, 상대의 형편을 떠보며 공격하는 행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놓고 좌고우면하는 행보를 거듭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향우회에서 “충청도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일어난 의인과 지사가 많다…”며 노골적인 지역감정 자극 발언을 해 정치자질을 의심케 했다.‘불쏘시개론’‘꽃가마론’ 등을 들먹이더니 또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출마를 하든 안 하든 본인의 자유이지만, 끝없이 정치적 이득을 저울질하며 연막을 피우는 기회주의적 ‘좁쌀정치’에 국민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더이상 정(鼎)의 가볍고 무거움을 묻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jmkim@seoul.co.kr

2007-03-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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