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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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1-11 00:00
입력 2007-01-11 00:00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에서 아픔과 상처와 외로움마저도 사랑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라고 했었다. 하지만 번번이 겪게 되는 사람으로부터의 생채기는 아물 새가 없다.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러고 있으리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최면도 걸어보고, 별도 달도 다 따다 준다는 사랑의 맹세도 믿어보려 이 악물어 보지만 좀처럼 실망한 ‘감정의 보호 상태’는 해제되지 않는다. 산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고 했던가. 늦지 않았다면 산을 내려가 그 숲을 발견하고 싶다.

밝음을 밝게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두움 속, 즉 절망과 슬픔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내는 작업, 그것은 그러한 작업을 너무나 당연히 해내고 있기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어머니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예술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그 진정한 예술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것이거나 진정으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Todo Sobre Mi Madre,1999년)’은 페드로 알마도바르의 13번째 영화이다. 프랑코의 독재시절을 경험한 그가 권력과 지배자에 저항하고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선택한 무기는 뒤틀린 인생들이다. 실제로는 인간들을 억압하는 가장 큰 죄악을 저지르면서도 도덕과 윤리라는 아름다운 가면으로 위장하고 으스대는 권력과 지배자에 비해 동성애자, 근친상간자, 성전환자 등 비도덕적이라고 이미 낙인찍혀 버림받은 또는 스스로 버림당한 인간들이 더 인간적이라는 신념으로 영화를 만드는 이가 그다.

그런 그의 대담한 시도는 찬사와 함께 악동이라는 악명까지 얻게 되었다. 감동과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그의 영화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그 자신 스스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멋진 순간(A Good Year,2006년)’은 정말 모든 걸 포기해도 잃고 싶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에 관한 영화다. 최고의 전문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돈 버는 것이 삶의 기쁨인 주인공 맥스 스키너는 자신도 모르게 워커홀릭이 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던져주는 인물이다.

그가 런던과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사랑과 인생의 진정성을 발견해 나간다. 피터 메일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감독 리들리 스콧과의 오랜 우정이 영화화를 가능하게 했다.“세계에서 가장 문학적인 곡예사”라는 찬사를 받는 메일의 뛰어난 묘사는 스콧에게 새로운 욕심을 불러일으켰다.

버림받거나 쉽게 버리곤 하는 자들의 모습과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현대인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 그래서 나의 넋두리가 옹색하다는 것을 안다. 외로움의 실체는 근본적인 것이지만 그 되풀이의 이유가 내게 있음도 안다. 온전히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 나눔의 대가가 어디 외로움뿐이겠는가.

그렇게 기인한 실망은 사람에게로 향하고 만다. 다시 내게 물어야겠다. 진정, 사람만이 희망인가? 그럴까? 그렇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순 있을까? 해야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희망이 받기만 하는 것이던가. 나눌 수 있는 내가 되어야 사람만이 희망임을 알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
2007-01-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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