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조태성 기자
수정 2006-10-28 00:00
입력 2006-10-28 00:00
그러나 흑백필름에다 자료화면을 써서 다큐성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다. 항상 비교되는 영화가 1985년 프랑스 클로드 란츠만이 만든 다큐영화 ‘쇼아(shoah)’. 클로드 란츠만은 유태인 학살은, 두번 다시 그 어떤 방식으로 재현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용소와 학살을 경험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진술만을 담았다. 자료화면이나 사진은 전혀 쓰지 않았다. 이 덕에 제작기간만 8년, 러닝타임만도 556분에 이르는 대작으로 탄생했다.
이 때문에 쉰들러 리스트는 그 표현방식에서 쇼아와 비교됐다.‘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재현해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이 관점에서 보자면 쉰들러 리스트는 그냥 가슴 한번 찡하고 눈물 한번 찔끔 흘릴 만한, 고만고만한 아카데미용 영화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감동의 눈물도 좋지만 역사적 아픔을 재현하는 방식의 진정성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
쇼아는 히브리어로 ‘절멸’이다. 흔히 쓰이는 ‘홀로코스트’는 ‘제사의식에 쓰이는 동물’에서 나온 단어라 쇼아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자신이 유태인이기도 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쉰들러 리스트 흥행 뒤 만든 재단에 ‘쇼아 재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1993년작,19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파 프롬 헤븐(KBS1 밤 12시30분) 1950년대 미국 백인 중산층의 모든 것을 담은 영화. 남 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 남편의 주체할 수 없는 동성애로 깨져나가면서 부인마저 흑인과 사랑에 빠진다. 성과 인종이라는 벽 앞에서 이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195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 잔잔하면서도 흡입력 있다는 호평과 진부하다는 악평이 엇갈린다. 설사 진부하다 해도 ‘시핑뉴스’,‘디 아워스’,‘프리덤 랜드’ 등에서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던 줄리안 무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2002년작,107분.
2006-10-2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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