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斑衣戱(반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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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8-31 00:00
입력 2006-08-31 00:00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떤다

춘추시대 초나라에 노래자(老萊子)라는 사람이 살았다. 나이 칠십의 백발 노인이었지만 효성이 지극한 그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부모 앞에서 재롱을 떨었다. 부모에게 나이 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즐거움을 안겨드리기 위해서였다. 늙은 자식의 재롱에 부모는 자신의 나이를 잊고 정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의희(斑衣戱) 또는 반의지희(斑衣之)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태어났다. 이 이야기는 당나라 때의 문인 이한(李瀚)이 지은 책 ‘몽구(蒙求)’에 ‘고사전(高士傳)’을 인용해 실려 있다.

60세 이상 노인 자살자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노인학대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실리는 우리 현실에서 이 반의희라는 말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정부는 마침 내년부터 노인요양보장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인문제가 제도적인 접근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은 자명하다. 인간의 정신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날로 패역무도(悖逆無道)해지는 이 시대, 우리는 모두 때때옷을 입고 부모 앞에서 재롱을 부릴 마음의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도덕적·정신적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jmkim@seoul.co.kr
2006-08-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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