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자랑] 서울식품공업 대표 서청택씨 맏딸 혜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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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8-22 00:00
입력 2006-08-22 00:00
실업계(實業界)의 「댄디」신사(紳士) 서청택(徐鶄澤)(49·서울식품공업주식회사대표)씨가 「댄디」인데는 사연이 있었다. 멋쟁이 맏따님 혜순(惠順)양의 막후 연출(演出)이 아버지를 청년(靑年)처럼 젊게 「메이크·업」한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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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택(徐鶄澤)(49·서울식품공업주식회사대표)와 딸 혜순(惠順)양.
서청택(徐鶄澤)(49·서울식품공업주식회사대표)와 딸 혜순(惠順)양.
사업(事業)과는 거리가 먼 「피아니스트」. 그러나 부녀(父女)는 무척 다정하다.



『성격이 아주 명랑하고 예술 하는 애답잖게 어디 한군데 괴팍한 데가 없읍니다. 맏딸 다와요. 집안 분위기를 늘 밝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저애 역할이에요.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이 딸을 퍽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죠』



서울대 음대(音大) 졸업반. 「피아노」가 전공이다. 장신(長身)의 아버지 옆에 서면 썩 귀엽게 어울리는 중간키 161cm, 41년생. 아닌게아니라 맏딸 다운 숙성한 표정이 쑥스러워서 썩 웃으니까 고만 귀여운 아기 얼굴이 되어 버린다.

『소질이 있어서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했던 셈이지요. 저는 연구생활을 꿈꾸며 기악(器樂)공부를 했겠지요만 내 생각은 그렇지만도 않았어요. 여자애는 출가외인 아닙니까. 딸을 아무리 애지중지 길러 보았자 결혼한 다음에는 잘산다는 보장을 아무도 못해요. 재주를 한가지 익혀 둔다는 것은 보혈과 같은 것입니다. 기악(器樂)을 가르칠만한 정도면 아버지로서는 만족이에요』

딸에게는 「일가(一家)로서의 대성(大成)」을 바라지 않는 아버지들의 소원을 철저하게 고집한다.

혜순(惠順)양도 졸업을 앞둔 요즘 점차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 해온단다.

학교 6학년인 막내둥이 따님이 또 「피아노」전공인데 이 따님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대성(大成)」의 방향이 될 듯.

곧 외국유학이라도 보내야 될 기쁘면서 탐탁찮은 처지.

『자녀들 자신에게나 부모에게나 일상생활을 너무 크게 희생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질색이거든요. 얘는 조용히 데리고 있다가…』

외국에는 보내더라도 공부 하러는 아니고 선진국(先進國)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눈과 마음을 살찌우는 정도로 그치게 할 작정이란다.

『숙녀(淑女)교육을 잘 시킨다는 숙명(淑明)여고에 넣었더니 다른 손맵시도 내 마음에 흐뭇할 만큼은 갖추더군요』

뜨개질이며 수놓기를 좋아해서 집안에는 따님 솜씨의 수예품들이 자랑스럽게 장식돼있다.

『저희 엄마 옷차림에도 아버지 못잖게 조언(助言)을 하고 간섭을 하죠』

「디자이너」 「조세핀」趙 여사의 모녀(母女) 2대(代)단골. 엄마의 의상고문이란다.

『외국손님들의 접대를 자주하게 되는데 그럴땐 약간 체면이 서요. 이 맏딸 덕택에』

장식한 수예 소품들이 따님의 「핸드·메이드」인데다가 여흥으로 이 따님의 「피아노」연주를 들려 줄 수 있으니까.

자매끼리 의가 좋은것도 아버지에게는 또 한가지 흐뭇한 일로 꼽힌다.

『전 아버지께 용돈을 타쓰지 않아요』

꽤 불리(不利)한 증언이라는 듯이 아버지는 쑥스럽게 웃는다.

『「피아노」지도해서 8~9천원 버는 모양입니다. 잡비 타 가는 일은 없어요. 한창 잔돈 쓸 일이 많은 그 나이에는 아버지한테 큰 부주해주는 셈이죠』

결코 자랑스럽지 않다는 얼굴은 아니다

『요즘은 인생철학(人生哲學) 가르치는 기회삼아 얘와 대화를 자주 나눕니다. 요즘 젊은 애들의 결혼관(結婚觀)이 자칫하면 경제조건 위주가 되고 허영에 뜨기 쉽거든요. 내 자식에게만은 건실한 인생관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은 또 그점에 관해서는 안심이라는 듯이 흐뭇하다.

[선데이서울 69년 12/21 제2권 51호 통권 제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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