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의 차차차] 레블뢰를 이기는 3가지 색
수정 2006-06-16 00:00
입력 2006-06-16 00:00
공간사수-쇼트패스-변칙전술 써라
첫째, 프랑스전에서 수비 전형은 토고전 전반에 활용한 스리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리백은 상황에 따라서는 좌우 미드필더의 역할에 따라 수비가 5명이 될 수 있다. 스위스 전에서 프랑스의 공격진이 노출한 문제점은 공격 속도가 현저하게 무뎌졌다는 것.
지단의 중앙 돌파 속도에 문제가 있고 좌우 미드필더인 리베리, 말루다, 도라수, 고부 등이 중원과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를 과거만큼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단의 공격 루트를 중앙 미드필더진에서 차단하고 이영표와 송종국이 좌우 미드필더진의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스리백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리백 자체의 문제보다는 스리백과 미드필더진의 효과적인 공간 사수다. 특히 좌우 측면으로의 변칙 플레이에 능한 앙리를 막기 위한 좌우 미드필더와 스리백의 협력 수비에 대한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의 패스게임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가나와의 평가전이나 토고전 전반에서 보인 무기력함은 양질의 전진 패스가 원활하지 않아서다. 전형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빈 공간을 노리기 위해 공을 띄워 주는 오픈 공격은 불가피하게 양질의 패스가 나올 수 없다. 특히 프랑스의 강력한 미드필더 라인을 상대로 공을 질질 끌다 좌우 측면으로 오픈공격을 하는 것은 공격적으로 볼 때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등진 상태에서 미드필더진이 공을 받게 하지 않고 서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중앙에서 측면으로 유기적인 쇼트패스를 통한 공간을 지배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공간을 여는 쇼트패스는 중앙 침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측면 공격수들의 원활한 공격루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지난번 이탈리아가 가나의 강력한 미드필더진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으로의 쇼트패스에 따른 좌우 측면으로의 공간 침투패스가 좋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격진의 변칙적인 전술이 필요하다. 이천수 대신 선발 출장이 유력한 설기현과 안정환, 박지성의 공격 전형은 동일한 포지션으로 유지할 경우 프랑스의 안정된 수비라인을 뚫을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천수와 박지성의 좌우 윙포워드가 공격 시에 어떤 위치에서 활동하는가이다. 토고전에서 이영표가 오버래핑을 할 때 이천수의 위치가 겹치는 장면들이 자주 노출되었고 중앙에서 박지성에게 전달되는 침투패스가 좋지 않아 박지성이 불필요하게 중앙으로 들어오는 경향이 많았다.
송종국이 말루다나 앙리를 막기 위해 오버래핑을 자제할 것이기 때문에 이을용이 박지성에게 전달하는 땅으로 깔리는 측면 패스가 중요해졌다. 프랑스전을 비기는 작전보다는 차리리 이기는 작전으로 가는 것이 낫다.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지난 12일 밤 프랑크푸르트 마인강에서 대형 멀티스크린으로 이탈리아-가나전을 보고 있을 때 독일 친구가 나에게 한국이 프랑스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전형이 유기적이지 못하고 노쇠해 한국의 체력과 빠른 축구에 혼쭐이 나리라는 것이다. 누가 아나, 한국의 16강 진출의 날이 일찌감치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06-06-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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