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PR광고도 흡연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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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기자
수정 2006-06-12 00:00
입력 2006-06-12 00:00
담배회사의 광고는 직접적인 판매 광고가 아닌 기업 이미지 광고라 할지라도 흡연을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이미지 광고 역시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형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열린 세계 금연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담배회사의 이미지 광고가 담배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는 직접적 담배 광고를 제외한 이미지 광고는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담배회사에서 기업 PR형식으로 매체광고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기업 이미지 광고 역시 흡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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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예찬은 담배예찬?

이번 연구는 10대 이상 남녀 600여명을 일대일로 직접 면담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담배회사인 KT&G의 광고가 흡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KT&G가 최근 2년 동안 광고한 ‘상상예찬’시리즈 광고는 담배를 노출하지 않은 기업 이미지 광고였지만 흡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광고를 본 집단은 광고를 보지 않은 집단보다 KT&G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좋았다. 광고노출집단은 5점 기준에 평균 3.18로 비노출집단의 3.07보다 KT&G의 기업 이미지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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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수치만 놓고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5점을 척도로 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흡연에 대한 인지적 반응 역시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반응 모두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흡연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심적으로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심리적 반응에 대해 광고 노출집단은 비노출집단보다 뚜렷하게 높은 반응을 보였다.

광고를 본 집단의 평균은 2.92로 그렇지 않은 집단(2.64)보다 높았다.‘담배를 피우면 분위기가 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는 사회적 반응도 광고를 본 집단은 2.47로 나타났다. 광고를 보지 않은 집단은 2.31 정도였다.

반면 ‘흡연은 인체에 치명적이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신체적 반응에 대해선 광고노출집단이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비노출집단이 4.31, 노출집단이 4.21로 광고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담배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소년 대상 홍보 규제해야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는 행동에도 이미지 광고가 영향을 미칠까. 조사결과는 ‘예’라고 답한다.‘담배를 피울 의사’가 광고를 본 집단이 1.76으로 그렇지 않은 집단의 1.60보다 높았다. 흡연에 대한 태도 역시 광고노출집단이 2.14로 비노출집단 2.01보다 우호적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담배회사의 기업광고는 담배광고의 효과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업광고에 노출될수록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 기업의 상품인 담배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KT&G의 기업광고인 ‘상상예찬’시리즈의 모델들이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 가수 조PD와 서태지, 영화배우 조승우 등 청소년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스타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KT&G는 직접 담배를 언급하진 않지만,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등장시켜 담배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도구가 될 수 있고,KT&G가 사회공헌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입시키고 있다.”면서 “KT&G가 막대한 홍보비를 들여 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단편영화, 사진, 문학 등의 공모전과 이벤트를 벌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6-06-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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