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風’에 아슬아슬…대전·제주 피말린 개표
구혜영 기자
수정 2006-06-01 00:00
입력 2006-06-01 00:00
흉기피습을 당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퇴원하자마자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두 지역에서 지원유세를 잇따라 강행, 더더욱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갔다. 결과적으로도 박 대표의 흉기 피습과 부상 투혼이 이들 지역의 막판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제주지사는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현 후보와 김 후보가 42.3% 대 42.1%로 불과 0.2%P의 차이를 보이면서 일찌감치 혼전을 예고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지방선거사상 이토록 치열한 접전은 없었다. 대전시장 선거도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를 44.4% 대 42.2%로 오차범위 내에서 겨우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사, 예측불허의 피말리는 접전
이같은 격전은 제주도 선거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과 성씨 등 인맥관계와 친소관계가 크게 작용했고, 집성촌을 중심으로 한 일부지역에서 ‘몰표’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후보를 20%P 이상 앞섰고, 선거전이 시작된 뒤에도 10%P 이상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 일각에선 지난 2004년 재보선에서 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 2년밖에 안된 현역 지사를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공천에서 배제한 데 대한 책임론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박 대표 피습 이후 제주 여론도 움직이기 시작해 현 후보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선거 이틀 전까지도 김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역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같은 판세는 선거 전날 박 대표의 제주 유세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박빙의 승부로 이어졌고, 출구조사에서는 0.2%P 앞서 역전 가능성을 높였다.
●대전시장, 양보없는 ‘중원쟁탈전’
대전 역시 제주 못지 않은 격전지였다. 대전은 여야 모두에 놓칠 수 없는 중원의 심장부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당과 후보들의 은원관계까지 겹쳤다.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는 현역 시장이었고,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는 염 후보와 호흡을 함께 한 정무부시장이었다.
개표율이 25%를 넘기면서 박 후보가 앞서기 시작해 36%에선 박 후보가 45.7%의 득표율로 염 후보를 6%P나 앞서나갔다. 선거 초반만 해도 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 낮은 정당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 나갔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인물론’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피습과 퇴원 직후 대전행은 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고, 급기야 출구조사에서는 역전 드라마로 이어졌다.
전광삼 구혜영기자 hisam@seoul.co.kr
2006-06-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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