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79)-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5)
수정 2006-04-11 00:00
입력 2006-04-11 00:00
제3장 天道策(15)
소녀풍이란 말은 이처럼 점을 잘 치는 관로가 말하였던 ‘비를 부르는 상서로운 미풍’을 말하는 것으로 위지(魏志) ‘관로전(管輅傳)’에 나오는 일화였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구모풍’은 ‘태풍의 어머니’라는 말이니,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어느 방향에서나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될 가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율곡은 다시 멈췄던 시험 문제를 종이위에 베껴 나가기 시작하였다.
시험문제는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구름은 어디에서 일어나며 흩어져 오색이 되는 것은 어떤 징조인가. 간혹 연기 같으면서도 연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천둥과 벼락은 누가 주관하는 것이며, 또 섬광(閃光)이 번득이고 소리가 혁혁하여 두려운 것은 어째서인가. 간혹 사람이나 물건이 벼락을 맞는 것은 무슨 이치인가.
서리는 풀을 숨죽이고 이슬은 만물을 적시는데, 서리가 되고 이슬이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남월(南越:지금의 광둥과 광시지방을 이르는 말로 남쪽지방을 가리킨다.)은 땅이 따뜻한데도 7월에 서리가 내려 변괴가 혹심하였으니, 그 당시의 일을 상세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비는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것인데 간혹 구름만 자욱하고 비가 오지 않는 일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신농씨(神農氏: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제왕. 전설에 의하면 농업의 발명자이자 의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때에는 비를 바라면 비가 왔으며, 태평한 세상에는 열흘에 한번씩 1년에 36번의 비가 온다고 하니, 하늘의 길(天道)도 선인(善人)에게만 사사로이 후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간혹 군사를 일으키면 비가 내리고, 혹은 옥사(獄事)를 판결할 때에 비가 내리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초목의 꽃술은 다섯 잎으로 된 것이 많은데, 어찌하여 눈꽃(雪花)만이 유독 여섯 잎으로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눈 위에 눕고(臥雪), 눈 속에 서 있는 것(立雪), 손님을 맞는 것(迎賓), 친구를 방문하는 것(訪友)의 일을 또한 두루 말할 수 있겠는가.
우박은 서리도 아니고 눈도 아닌데 무슨 기운이 모여서 된 것인가. 어떤 것은 말머리만큼 크고, 어떤 것은 달걀만큼 커서 사람과 새, 짐승을 죽인 일은 어느 시절에 있었던 일인가.
천지가 만물(萬象)에 대하여 각각 기(氣)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기가 유행하여 흩어져서 만 가지의 변화(萬殊)가 되는 것인가.
만일 올바른 길에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천기(天氣)가 어그러져서인가, 아니면 인간의 일(人事)이 잘못되었기 때문인가.”
2006-04-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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