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66)-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
수정 2006-03-23 00:00
입력 2006-03-23 00:00
제3장 天道策(2)
그러나 천하에 영재였던 율곡도 한번 과거시험에서 낙과하였던 것은 엄연한 사실. 이에 대해 퇴계는 율곡의 상심한 마음을 위로하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고 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젊은 나이에 과거에 오르는 것은 하나의 불행이다.’라고 하셨으니, 자네가 이번 과거에 실패한 것은 아마도 하늘이 자네를 크게 성취하려는 까닭인 것 같으니, 자네는 아무쪼록 힘을 써 공부에 정진하시게나.”
퇴계의 이러한 위로는 맹자의 ‘고자장구하편(告子章句下篇)’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하늘이 큰 임무를 그 사람에게 내리려 하실 적에는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히며, 그 근골(筋骨)을 수고롭게 하며, 그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며, 그 몸을 궁핍하게 하여 그의 하는 것을 어그러뜨리고 어지럽히는 것이니,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그 능하지 못한 부분을 증익시키기 위한 것이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 忍性 增益其所不能)”
퇴계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율곡이 퇴계를 만난 후부터 그 해 겨울 별시해에 참석할 때까지 그 중간에 과거시험에 한 번 더 응시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시험에서 율곡은 낙과하였던 것이다.
자존심이 유난히 강했던 율곡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절치부심. 그해 겨울에 열리는 별시해를 율곡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배수의 진으로 삼는 한편 자신의 학문을 총정리하는 청우계(晴雨計)로 삼았던 것이었다.
율곡은 검은 빛을 띤 짙은 남색의 모시청포를 입고, 검은 띠에 유건(儒巾)을 쓴 전형적인 유생의 차림새로 시험장인 성균관으로 들어섰다.
그때였다.
한 떼의 유생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성균관을 들어서려는 율곡을 막아섰다.
그들의 면면은 성균관에서 함께 공부하였던 낯이 익은 학우들이었는데 뜻밖에도 그들의 기세는 험악하였다.
이미 금강산에서 하산하여 치렀던 과장에서도 겪었던 경험이었으므로 율곡은 크게 놀라지 않았으나 기세는 전보다 훨씬 더 등등하였다.
“네 이놈, 네가 감히 어딜 함부로 들어가려 하느냐.”
덩치 큰 유생 하나가 율곡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질러 호통 쳤다.
그러자 유생들을 따라온 선접군(先接軍)들이 막대기와 같은 무기들을 들고 삽시간에 율곡을 에워쌌다. 이 선접군들은 원래 각 유생들마다 고용한 힘깨나 쓰는 건달들이었다. 이들은 한양의 뒷골목을 휘어잡고 못된 일만을 골라 하는 건달패들이 대부분이었다.
2006-03-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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