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오사카 ‘팬스타 크루즈’
최여경 기자
수정 2005-12-22 00:00
입력 2005-12-22 00:00
오사카 짧고 굵게 즐기기
# 떠나자, 타이타닉 연인처럼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2만 2000t급의 페리선인 팬스타 드림호는 지난해 12월부터 부산 연안 크루즈 상품을 선보이며 대표적인 국내 크루즈서비스로 손꼽혔다. 이 여세를 몰아 최근 부산과 오사카를 잇는 ‘팬스타 크루즈 페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루즈 여행객 정원은 40명.200여명의 일반 여행객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는 크루즈 여행객은 선택받은 이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일반실과 구분된 별도의 ‘크루즈 존’ 객실에 들어섰다. 크루즈 여행객의 방은 별도의 욕실을 갖춘 트윈베드룸이다. 여객·화물 운반 전용 페리선을 그대로 사용해 시설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창문 너머로 넘실대는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오후 4시를 조금 넘어 승객을 실은 팬스타 드림호가 파도를 가르며 바다를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드넓은 바다로 나간다.
# 환상의 검은 바다
갑판 위에 올랐다. 바람에 희미하게 바다냄새가 섞여있다. 오륙도를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진한 주황색에서부터 짙은 파란색까지, 변화무쌍한 색상의 노을이 하늘을 덮었다. 선상에서 보는 아름다운 낙조가 사라질까 갑판 위에선 10여명의 남녀들이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하다.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한 뒤 다시 갑판으로 올랐다. 바다를 향한 나무 의자에 앉아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는 연인, 선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 사람들에게는 겨울 바다 한가운데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지 않은가보다. 온통 검은 바다를 비추는 달 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있을 수 있으니 몸도 마음도 더욱 근거리일 테지.
공연이 끝난 밤 10시쯤 배는 일본 시모노세키로 진입했다. 여기서부터는 파도가 조금씩 잦아든다. 규슈와 혼슈를 잇는 거대한 관문대교, 총연장 12.3㎞의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세토대교를 지나 아카시대교(2㎞)를 거치면 일본 오사카항에 도착한다.
글 일본 오사카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4시간 30분 오사카의 낭만 맛보기
야마토노유 온천(www.yamatonoyu.co.jp)은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천연온천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과 온천물에 비초탄(숯의 종류)을 섞은 음이온수 욕탕, 혈액순환을 돕는 바이블 욕탕, 강력한 물살이 옆구리 엉덩이 허벅지에 분사되는 셰이프업 욕탕 등 다양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점심식사 후에는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완성한 오사카성에 들른다. 몇번의 소실과 재건을 거쳐 제 모습을 찾은 천수각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주변의 최신식 건물들, 꽃놀이 명소답게 우거진 나무와 6만㎡의 잔디공원 등 볼거리가 많다.
길지 않은 오사카 일정을 뒤로 하고 다시 오사카항에 들러 배에 올랐다. 오후 5시. 이제 다시 부산으로 향한다. 새벽에 지나느라 놓쳤던 세토대교나 멋진 웅장한 야경을 만들어내는 관문대교는 부산으로 향하는 선상에서 볼 수 있다.
돌아가는 길에는 전날 설렘으로 미처 즐기지못했던 배 안의 편의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고 통유리로 된 선상카페에서 차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면세점은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술과 간단한 선물도 살 수 있다.
오사카 짧고 굵게 즐기기
짜여진 일정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짧은 시간동안 일본 오사카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 젊음의 거리, 신사이바시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인 신사이바시는 오사카항에서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미도스지 거리 서쪽에 있는 ‘산카쿠 공원’을 중심으로 헌옷을 파는 가게, 잡화점, 갤러리 등이 몰려있는, 서울의 압구정에 비교된다. 여기서 ‘요트바시’ 거리까지 걸치는 일대는 ‘아메리카무라’로 묶어 오사카의 특이한 유행을 느낄 수 있다. 지하털 미도스지선·나가호리 트루미료쿠지선에서 신사이바시역에 하차하면 된다.# 과거와 현재가 있는 우메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연상시키는 고층 건물 우메다 스카이 빌딩과 웨스틴호텔을 중심으로 한 우메다는 오사카 경제의 중심지이다. 이 건물 지하에는 19세기 말 일본의 오사카를 재현한 음식점 거리 ‘다키미 고우지’가 있다. 한큐 엔터테인먼트 파크에서 우메다의 명소로 꼽히는 헥프파이브 대관람차를 타고 오사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낮보다는 야경이 더 좋다.JR 오사카역이나 한큐·한신전철, 지하철 미도스지선의 우메다역에서 내리면 된다.
# 온천 대신 쇼핑
기존 일정의 야마토노유 온천 대신 근처 대형 쇼핑센터 ‘지시마 가든 몰’에 가보는 것도 좋다. 생활용품점, 서점, 식품점 등이 거대한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국민브랜드로 불리는 ‘유니클로’ 매장과 다양한 슈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잡화점, 화장품점 등이 특히 눈에 띈다.
# 일정은 어떻게
매주 일·화·목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승선 절차가 시작된다. 첫날 오후 4시 운항→7시 저녁식사+와인서비스→9시 공연→둘째날 오전 8시 아침식사→10시 하선→11시∼오후 3시 일본 오사카 관광+점심식사→3시30분 승선→7시 저녁식사→9시 공연→셋째날 오전 8시 아침식사→10시 하선. 기상상태에 따라 조금씩 시간이 달라진다.
크루즈 이용요금(왕복)은 29만 9000원부터 139만원까지 4가지 등급으로 나뉘어져있다. 보통 성인이 이용할 수 있는 딜럭스 스위트는 42만 9000원(1인·터미널 이용료 및 세금 별도). 선내 석식·조식 각 2회, 이벤트 관람, 와인 서비스, 운항 체험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문의 ㈜팬스타라인닷컴 서울 (02)775-6811, 부산 (051)462-5482,www.panstarline.com
# 일본이 부담스럽다면 부산연안 크루즈도
2박3일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17시간의 비교적 짧은 시간의 크루즈를 이용해도 좋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일요일 오전 9시까지 부산 해안선을 따라 운항하는 코스다. 부산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태종대를 거쳐 낙조 관람의 명소로 꼽히는 몰운대에서 일몰을 감상한다. 해운대의 야경을 보며 저녁식사를 한 뒤 색소폰 연주, 벨리댄스, 통기타 라이브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긴다. 머리 위에서 터지는 불꽃쇼도 펼쳐진다. 정상운임은 객실에 따라 1인당 9만 1000원부터 27만 5000원까지다.
2005-12-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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