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칼럼] 근로자 세금정책 문제 있다
수정 2005-11-24 00:00
입력 2005-11-24 00:00
세금을 더 걷는 방법에는 세율을 올리는 것도 있지만 세율은 그대로 두고 깎아줄 세금을 안 깎아주는 것도 있다. 재경부는 이번에 후자의 방식을 선택했다. 면세점과 특별공제 항목을 통해서다. 면세점과 특별공제는 전년도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세율을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누진세율로 인해 임금이 오르면 자동으로 실효세율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세수 증대를 위해 바로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게 하려면 면세점을 올리고 특별공제 폭도 늘려주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거의 매년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근소세의 실효세율을 올린 셈이다. 게다가 신용카드와 주택자금 소득공제는 오히려 축소했다.
근로소득자를 박대하는 세금정책은 행정편의주의적인 것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근로소득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은 앉아서 버는 사람(자산소득자)보다 우대받을 자격이 있다. 한푼을 벌어도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유리지갑’은 얼마를 버는지 알 길이 없는 불투명한 ‘검은 지갑’보다 우대받을 자격이 있다. 얼마가 벌리든 세금 먼저 내고 난 다음에 자기 소득을 찾아가는 ‘정직한’ 사람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덜 내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부정직한’ 사람보다 우대받을 자격이 있다.
둘째,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근로소득자들은 같은 규모의 소득을 가진 자영업자들에 비해 두세배 정도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는 근로자 가구보다 5%가 많은데도 이들이 낸 월평균 세금부담액은 근로자 가구의 44%에 불과했다. 자영업자들이 덜 낸 세금을 근로소득자들에게 덮어씌우는 것을 균형 있는 정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
셋째, 경제논리에도 어긋난다. 근소세는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징세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절약되는 징세비용만큼의 혜택이 근로소득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재경부는 근소세를 경감해주면 그 혜택이 주로 고소득 연봉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내야 할 세금의 절반도 안 내는 납세자들이 허다한 상황에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근로소득자가 세금우대를 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가난해서가 아니라 정직하기 때문이다.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2005-1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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