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97)-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3)
수정 2005-07-27 07:45
입력 2005-07-27 00:00
제1장 浩然之氣(23)
순우곤이 말하였던 ‘전부지공(田夫之功)’이란 이렇듯 ‘양자의 다툼에 엉뚱한 제3자가 힘들이지 않고 횡재함’의 비유인 것이다. 순우곤의 말에서 ‘개와 토끼의 다툼’이란 ‘견토지쟁(犬兎之爭)’의 성어가 나온 것. 이 말은 ‘어부지리(漁夫之利)’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순우곤의 뛰어난 변설을 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가 남아 전하고 있다. 그 말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원래 이 말은 ‘주역(周易)’의 ‘계사편(繫辭篇)’에 나오고 있는데, 그 전거는 다음과 같다.
“삼라만상은 그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진다. 거기서 길흉이 생긴다.(方以類聚物以群分吉凶生矣)”
그러나 이 말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순우곤 때문이었다.
추연(芻衍), 신도(愼到), 전병(田餠), 환연(環淵)과 같은 당대 최고의 선비들이었다. 그러나 선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귀한 인재를 한꺼번에 일곱 명씩이나 데리고 오다니 너무 많지 않은가.”
그러나 순우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같은 종의 새가 무리지어 살듯 인재도 끼리끼리 모이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신이 인재를 구하는 것은 마치 강에서 물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순우곤의 이 말에서 ‘유유상종’이란 성어가 나온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배타적 카테고리의 부정적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이처럼 순우곤은 제나라의 위왕과 선왕 양 대에 걸쳐 뛰어난 변설로 신망을 받았던 세객이었다. 따라서 순우곤은 제나라에 입국한 맹자에 대해서 라이벌 의식이 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찍이 순우곤과 같은 유세객 장의(張儀)는 누명을 쓰고 온몸이 다 터진 채 고향으로 돌아와 누워 있을 때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섣부르게 책을 읽고 유세하더니 이런 욕을 당하시는구려.’하고 한탄하자 갑자기 혀를 쏙 내밀고 이렇게 물었다.
“내 혀를 보게, 있나 없나.”
난데없는 질문에 울던 아내는 그만 웃으며 대답하였다.
“혀는 붙어 있군요.”
그러자 장의는 ‘그럼 되었네.’라고 안심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의 혀가 있는지 보라.(視吾舌尙在不)’는 유명한 말이 나온 것. 순우곤도 단지 ‘세 치의 혀’로써 당대의 권력을 사로잡고 있었던 설망우검(舌芒于劍)의 설객(舌客)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순우곤에게 있어 대사상가 맹자의 등장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2005-07-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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