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 속 한자이야기] (75)居敬窮理(거경궁리)
수정 2005-06-11 10:53
입력 2005-06-11 00:00
‘居’자의 본 뜻은 ‘웅크리고 앉다.’였으나 후에 ‘살다, 있다, 머물다.’의 뜻이 파생되었다.用例(용례)로 ‘居士(거사:재덕이 있으나 숨어살며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居安思危(거안사위:편안히 지낼 때에도 위태로움이 닥칠 때를 생각하여 대비 태세를 갖춤),奇貨可居(기화가거:진기한 물건은 잘 간직하여 나중에 이익을 남기고 판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이름)’ 등이 있다.
‘敬’자의 원형은 머리에 커다란 장식을 얹고 ‘다소곳이 꿇어앉아 비는 사람’의 상형. 그런데 裝飾(장식)은 흐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다, 근신하다.’라는 뜻이 派生되었다.‘敬’은 ‘敬虔(경건:공경하며 삼가고 엄숙함),敬而遠之(경이원지:공경하기는 하되 거리를 두고 가까이하지 않음),尊敬(존경: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등에 쓰인다.
‘窮’자는 원래 ‘다하다.’라는 뜻을 나타냈으나 점차 ‘궁구하다, 궁색하다, 난처하게 만들다.’의 뜻이 派生되었다. 흔히 쓰이는 用例에는 ‘窮餘之策(궁여지책:궁한 나머지 생각다 못하여 짜낸 계책),追窮(추궁:잘못한 일에 대하여 엄하게 따져서 밝힘),窮乏(궁핍:몹시 가난함)’ 등이 있다.
‘理’의 본래 뜻은 ‘옥을 다루다.’이다. 즉 옥과 돌이 뒤섞인 옥돌을 다루어 玉器(옥기)로 만들 때 옥의 결, 즉 무늬를 잘 살려야 하므로 ‘무늬’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用例에는 ‘理念(이념: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理想鄕(이상향: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非理(비리:올바른 이치나 도리에서 어그러짐)’가 있다.
初期(초기) 人類(인류)의 눈에 비친 自然(자연)은 畏敬(외경)의 對象(대상)이었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操心(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인지의 발달에 따라 자연에 대한 敬畏心(경외심)이 인간에 대한 敬虔性(경건성)으로 전환되면서 사람은 누구나 恭敬(공경)의 대상이라는 自覺(자각)이 싹텄다. 이것이 바로 敬思想(경사상)의 出發點(출발점)이다.
退溪(퇴계) 李滉(이황)은 나를 낮추고 남을 認定(인정)하는 敬(경)의 哲學(철학)으로 一貫(일관)한 큰 어른이다. 제자들의 回顧(회고)에 따르면 그는 제자들을 늘 벗 대하듯이 하였다고 한다. 비록 어린 제자라도 이름을 부른다거나 下待(하대)하지 않았으며, 보내고 맞을 때에도 항상 ‘敬’의 姿勢(자세)를 잃지 않았다. 항상 드나들며 배우는 제자일망정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받았다. 자신의 목숨이 다한 것을 直感(직감)한 퇴계는 숨을 거두기 나흘 전에 주위의 挽留(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모아놓고,“평소에 올바르지 못한 見解(견해)를 가지고 終日(종일)토록 講論(강론)한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마지막 인사까지 잊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었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2005-06-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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