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Wedding]조성근(35·영은화학 과장)·김경자(37·전업 주부)
수정 2005-06-02 00:00
입력 2005-06-02 00:00
그런데 식당에서 그녀를 다시 보았다. 그녀는 친구들과 내가 식사하고 있는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친구들이 우리의 관계를 알고 있던 터라 어색한 인사만 짧게 오갔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쪽 테이블로 사라졌다.
나중에 알게 된 그녀의 근황은 전라남도 장성의 백양사에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절에서 젊은 처녀가 뭘하고 있다는 것인가? 비구니 스님이라도 되었을까? 혹시 헤어지자고 말했던 나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은 아닐까 죄책감까지 생겼다. 쉬러 갔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겠지 등 여러가지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했다.
나의 첫사랑인 그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대체 어떻게 지내고 있는걸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도무지 그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달 정도 지난 12월 중순.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꼭 한 번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114 전화안내를 통해 백양사 연락처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었다. 두근두근.
“백양사죠? 김경자씨 계신가요?”
“누구신데요?”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녀였다. 백양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정 털고무신에 스님들이 입으시는 누비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그녀가 스님이 된 것은 아니었다. 절의 사무일을 돌보는 종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20대에 만나 생겼던 그 풋풋한 감정이 10여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녀의 모든 것이 새롭고 그녀의 모든 행동이 사랑스러울 뿐이다.
가수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란 노래를 얼마나 연습했을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2개월이 지난 뒤 나는 이 노래를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이제 그녀는 나의 소중한 아내이자 평생을 같이할 친구가 되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해준 하늘의 인연에 감사하고 그 누구보다고 예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경자씨∼.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2005-06-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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