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일이]주경야盜
수정 2005-05-12 00:00
입력 2005-05-12 00:00
부산 금정경찰서는 7년여 동안 빈 사무실을 전문적으로 털어온 박모(45·부산시 사상구)씨에 대해 상습절도 혐의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박씨는 지난 98년 초 실직한 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한 방송에서 절단기를 이용해 빈 집을 터는 장면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시험삼아 집 근처 빈 사무실에 들어갔다. 제법 수입이 짭짤해지자 범행에 쓸 오토바이도 구입하고 대상도 부산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시작된 박씨의 절도 행각은 지난달 중순까지 계속됐고, 훔친 물건은 3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박씨를 중고 컴퓨터 매매업을 하는 믿음직한 가장으로 알았다. 범행을 위해 야간에 집을 나설 때는 “조립할 부품이 있다.”며 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박씨는 특히 아내에게 정기적으로 월급봉투를 건넸다.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주말에는 대부분 자녀들의 손을 잡고 놀이시설 등을 찾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박씨의 이중적인 생활은 걸핏하면 사무용품을 내다파는 박씨를 수상하게 여긴 한 중고품 매매상의 신고로 막을 내리게 됐다. 경찰에서 박씨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을 속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언젠가는 이 생활을 청산하려고 했는데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5-05-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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