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박사
수정 2005-05-09 00:00
입력 2005-05-09 00:00
측만증 학교검진이 왜 문제인가.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이게 학생 100명 중 2명 꼴로 있는 병인데 이걸 찾으려고 수많은 학생의 웃통을 벗겨 줄을 세운다는 점이다. 이게 정말 학교검진 대상인지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집단의 건강을 해치지도 않고, 또 대부분의 부모들이 문제를 알고 있는데, 개인의 신체적 비밀을 드러내 친구들 놀림감을 만들어서야 되겠나. 이 병의 조기발견이 조기치료에 도움이 되느냐를 두고도 학계에서는 논란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영국에서는 지난 83년부터 이 병의 학교검진을 이미 중단했다.
그의 논리는 명쾌했다. 지난 93년 미국에서의 의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이 문제를 곧장 제기해 척추학회 찬반투표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이걸 가진 학생이 100명 중 2명이라고 했지만 그나마 문제가 되는 상태, 즉 척추가 20도 이상 휜 경우는 1000명 중 2∼3명 정도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쓰이는 인력과 예산을 다른 전염성 질환이나 비만, 자살예방 등 현실적인 곳에 쏟으라는 거지요.”
문제가 되는 척추측만증은 어떤 질환인가.
-쉽게 말해 척추가 앞뒤가 아니라 옆으로 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달라.
-크게 구조성과 비구조성으로 나누는데, 비구조성은 예컨대 다리 길이가 달라 척추가 휘는 경우 등으로 본원적인 측만증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구조성으로 특발성, 선천성, 신경근육성 등으로 나누며 이 중 85∼90%를 특발성이 차지한다. 특발성은 대부분 청소년에게서 나타나 청소년측만증이라고도 한다. 유아형이나 연소기형도 있으나 발병 빈도가 많지 않다.
원인은 드러나 있는가.
-비구조성은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허리디스크 등이 원인이 된 경우로 진정한 의미의 측만증은 아니고, 가장 발병 빈도가 많은 특발성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선천성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 기형이 동반된 경우고, 신경근육성은 신경 및 근육질환에 의해 생긴다. 또 말판증후군이나 신경섬유종증, 골형성부전증에 의한 측만증도 있다. 그는 책걸상이 측만증의 원인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특발성은 서구에서도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했는데 책걸상 탓이라고 단정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유전적 요인, 평형감각이나 성장호르몬 이상 등은 가설일 뿐이고, 최근에는 간뇌 뒤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줄면 척추가 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정설은 아닙니다.”
좀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자꾸 일부에서 청소년 3분의2가 허리가 휘었다는 등의 얘기를 해 혼란이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이 제시한 측만증 유병률(10도 기준)은 2.28%였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또 판정 기준도 소개해 달라.
-진단은 대부분 문진과 진찰,X레이 검사로 충분하며, 신경질환이나 근육질환 등 다른 원인이 의심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CT나 척수강 조영술 등 정밀검사를 한다. 판정 기준은 척추가 휜 각을 근거로 하는데, 통상 10도 이상 휘어 있으면 측만증으로 본다. 치료문제를 거론하자 이 박사는 우리의 부실한 의료체계를 먼거 꺼냈다.“의료사고보험 얘긴데, 제대로 된 나라에 이게 없을 수 없지요. 그러다 보니 의사들은 위축돼 갈수록 방어진료만 하게 되고, 환자들 피해도 크지요. 보세요. 의료사고 한건 터지면 의사들 멱살 잡히기 예사고, 목소리 큰 사람만 득을 보잖아요. 이게 얼마나 기형적입니까. 의사나 환자 모두 낭떠러지에서 외줄을 타는 꼴이지요.”
치료 방법을 소개해 달라.
-치료는 크게 관찰, 보조기치료, 수술 등 3가지로 구분한다. 관찰은 20도 미만의 만곡을 가진 환자를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주시하는 치료방법이다. 측만증은 수술이 능사가 아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무려 70∼80%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진다. 마찬가지로 측만증도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단계라면 이런 관찰 과정이 필요하다. 보조기치료는 20∼40도의 만곡을 가졌으며, 성장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성인 환자에게 이 치료는 효과가 없다. 의사마다 기준이 다르나 내 경우 성장기 환자는 40∼45도 이상, 성인의 경우 50∼55도를 넘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특히 성장기여서 만곡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면 수술치료가 좋다. 수술은 뼈를 이식하는 유합술이나 금속기기를 이용한 교정술을 통해 만곡을 작게 하고, 균형잡힌 척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박사는 의사가 많아선지 너무 공격적인 진료가 문제가 된다며 이런 견해도 덧붙였다.“우스운 얘기지만 환자는 의사 수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작위적인 환자가 적지 않다는 뜻인데, 의사가 떼돈을 벌고, 돈 있는 환자만 양질의 진료를 받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사회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도 유럽처럼 사회주의 진료체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의 주체는 당연히 환자이고 국민이니까요.”
■ 이춘성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전임의(척추기형 및 소아정형외과)▲미국측만증연구학회 회원▲미국소아정형외과학회 및 척추외과학회 회원▲1996년 요부변성후만증 세계 최초로 보고▲2000년 미국측만증학회 우수논문상 수상▲‘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 이야기’(서울대 이춘기 교수 공저),‘우리나라 중년 여성의 허리 굽는 병 요부변성후만증’,‘초·중·고등학생 척추 휘는 병 척추측만증’ 등 저술.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05-05-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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