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게 물어봐] 뮤지컬배우서 영화로 박건형 인터뷰
수정 2005-04-28 00:00
입력 2005-04-28 00:00
기본 스텝조차 밟지 못하는 채린에게 차차차, 룸바, 삼바 등 고난이도의 라틴댄스를 전수해야 하는 트레이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3개월동안 하루 10시간씩 맹연습을 했다. 아무리 뮤지컬무대에서 갈고닦은 춤솜씨라고 해도 스텝이나 손동작 하나하나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춤을 배웠다. 그는 “뮤지컬 경험이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더라. 마치 킥복싱 선수가 복싱을 할 때 발이 먼저 나오는 것처럼 기존의 습성들이 나도 모르게 나와 힘들었다.”고 말했다.
춤 못지않게 힘들었던 건 문근영과의 멜로 연기. 성인들의 로맨스가 아니다 보니 수위조절하기가 만만치 않았단다.“근영이가 처음 해보는 멜로연기에 부담을 많이 갖더라고요. 그런데 사랑은 옆에서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촬영전에 감독님이랑 셋이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자주 했지만 결국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건데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이 나오더군요.”
지난해 개봉한 이규형 감독의 ‘DMZ 비무장지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영화다. 차이가 있냐고 물으니 얼굴 가득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진다.“아이구, 말도 마세요. 현장 분위기부터 하늘과 땅 차이지요.‘DMZ‘는 거의 야산에서 촬영하고, 촬영장에 남자들만 바글거려 살벌했는데,‘댄서의 순정’은 근영이만 나타나면 분위기가 어쩜 그렇게 화기애애한지…(웃음).”
일단 무대에 오르면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가야 하는 뮤지컬에 비해 영화는 그때그때 흐름을 잘 파악하는 순발력이 우선이다. 두편의 작품을 통해 그는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복이 많다.”고 말한다. 보잘것없는 자신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끌어준 은인들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토요일밤의 열기’의 연출자 윤석화와 이규형 감독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연기자로서의 욕심은 크지만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없다. 때문에 남보다 뒤처진다고 조급해하지도, 앞서간다고 우쭐해하지도 않는다.“지금 그리는 그림이 낙서가 될지, 명화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저 열심히 하는 길밖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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