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과소비로 빚지고 못갚아도 직장있으면 개인회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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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04 08:22
입력 2005-02-04 00:00
Q.1999년 은행 직원의 권유로 신용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만들기는 했지만 지갑에 넣고만 다니는 정도였습니다.2001년 친구를 사귀면서 용돈이 많이 들자 통장 잔고만으로 사용대금 결제가 안돼 현금서비스로 막았습니다. 현금서비스 한도도 500만원까지 늘었기에 매달 30만원 이상 초과 지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자와 수수료가 누적돼 2002년 말 채무가 1000만원이 넘었습니다. 여러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돌려막고, 사채까지 쓰다 보니 2004년 말에는 빚이 5000만원이 넘었습니다. 저의 월급 100만원으로는 이자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빚 독촉에 회사조차 다니기 힘들고, 남자친구의 결혼제의조차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파산으로 새 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저처럼 과소비한 경우에는 면책받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한수지(29)


A. 신용카드에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흔히 감자칩증후군(potato chip syndrome)이라고 하는데, 감자칩의 맛이 ‘딱 하나만 더’ 먹겠다는 마음이 들게 해서 결국 사람을 비만에 빠지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입니다. 신용카드도 당장 결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만 더 쓰고….”하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카드회사의 공격적인 영업과 결합되면 전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은 중독되기 쉽고 상황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변제능력을 상실한 뒤입니다.

물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데도 감당하지 못할 소비를 선택한 데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카드를 쓴 사람에게 있습니다. 마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많이 마셔 폐나 간이 병드는 것 같은 불이익을 소비자가 입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술·담배의 판매자가 중독자를 만들 듯이, 신용카드를 비롯한 소비자신용의 확대가 채무의 노예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파산법상으로는 낭비로 재산을 감소시킨 경우 면책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단순히 소득의 규모를 초과하는 소비지출이라는 것만으로 낭비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돈을 빌려 카지노나 경마장 출입, 해외관광을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면책을 부인합니다.

하지만 충동적 미용성형수술, 간헐적 명품 구입, 신혼여행 정도는 상관이 없습니다. 새출발을 허용해도 갈 길이 먼 가난한 젊은이를 풀어주는 것이 저출산 시대의 바람직한 정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낭비로 채무가 늘어났더라도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회생을 할 수 있습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김관기 변호사의 ‘채무상담실’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2005-02-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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