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새영화 ‘스노 워커’
수정 2005-01-13 00:00
입력 2005-01-13 00:00
베테랑 비행사인 찰리(배리 페퍼)는 병든 에스키모 소녀 카날라(아나벨라 피카턱)를 태우고 도시로 가는 중에 비행기 고장으로 북극해 오지에 추락한다. 생면부지의 두사람,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 앞엔 오직 허허벌판 설원뿐이다.
한번도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는 찰리는 두려움과 초조함에 미칠 지경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카날라는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비상식량인 콜라와 햄으로 연명하는 찰리는 생선을 낚아 날것으로 먹는 카날라가 역겹고, 카날라는 문명의 이기가 없는 곳에서는 마치 갓난 아기처럼 무방비 상태인 찰리가 안타깝다.
점점 혹독해지는 추위와 날로 심해지는 병마에 맞서면서 두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진다.
찰리는 날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외투를 만들어입는 에스키모인들의 전통 생활방식에 적응하고, 카날라는 서툰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툰드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들의 정신적인 교감은 설원위에 반짝이는 한낮의 태양처럼 맑고 투명하다.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콘크리트 문명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으로서의 비애가 문득 가슴을 파고들게 만드는 영화다.2월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1-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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