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허량식(27·현대모비스 근무)·심유정(26·인솔회계법인 근무)
수정 2004-12-09 00:00
입력 2004-12-09 00:00
축가가 흐르는 동안 그녀의 눈가에는 조금씩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친정부모님께 인사 드릴 때도 태연하던 그녀였지만 노랫말과 지난 일들에 대한 기억이 한순간 그녀의 마음을 여리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입사 후, 첫 미팅에서 나는 아내를 만났다. 나는 주선인이었는데 몇 달 후, 우연히 그녀가 회사 동료인 내 친구와 함께 우리 집 근처에 오게 돼 다시 만났다.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근처에 자리잡은 취객 한분이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대면서 나와 약간의 시비가 붙었다.‘Over The Rainbow’ 노래 제목에 걸맞지 않은 취객의 시비에 큰 다툼 직전까지 상황이 나빠졌다. 그녀가 내 팔을 잡아끌었고 나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밤늦어 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내 팔엔 그녀의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정말 따뜻한 느낌이었다. 서둘러 난 집에 가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우리의 여름휴가 날짜가 똑같았다. 집도 가까웠기에 휴가내내 만났고, 날이 갈수록 더욱 가까워져 가을에는 함께 플라이 낚시를 하게 되었다. 단풍이 든 계곡에서 나란히 4박자 리듬의 플라이 라인을 날리면서 우리의 마음은 4박자 리듬을 타게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마음의 리듬이 완전히 일치한 순간 우린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힘들었던 만큼 넉넉한 행복들을 드릴 거예요. 늘 지금처럼 해맑은 웃음만 지어 주세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문화적 차이로 크고 작은 갈등을 빚기도 하였지만, 이제 난 그녀에게 이 축가의 마지막 가사처럼 넉넉한 행복을 줄 것이다.
2004-12-09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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