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학칼럼] ‘교육 국민대토론회’를 제의한다
수정 2004-10-23 11:05
입력 2004-10-23 00:00
엉망이기는 교육도 뒤지지 않는다. 해법을 못 찾고 헤매는 거며 엉뚱하게 접근하는 모습 또한 꼭 닮았다. 할리우드 액션으로 세상을 호도하려는 경제관료의 발상에 복선이 깔려 있다면, 끗발만 부리려는 교육관료의 아집은 비웃음을 살 만하다. 올부터 차관보 지휘를 받는 4개의 교육부 국장 가운데 핵심 2개를 경제관료에 넘겨 준 피해의식일까. 교육부는 모든 결정권을 끌어안고 주무르려 한다. 교육정책의 자료는 감출 것도 없고 또 공개해도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지장이 없다. 도대체 교육당국이 세상 사람보다 더 알고 있는 쟁점이나 해법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교육계는 요즘 혼돈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무슨무슨 단체나 사람들이 집회를 갖거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삿대도 돛대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교육 부총리는 11월중에 전면적인 교육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불과 한 달만에 사립학교법, 고교 등급제, 대학구조개혁, 새 대입시안에 무슨 해법을 내놓을 수 있겠다는 것인가.3년도 넘게 주물러온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하나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교원단체가 우르르 몰려가 데모를 하게 했던 교육부가 아닌가.
재차 촉구하지만 교육 당국은 솔직해야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라. 문제를 풀지 못하겠으니 국민적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해도 괜찮다. 지난해 요맘 때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금의 한국과 똑같은 교육 쟁점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그러자 부총리도 아닌 교육부 장관은 ‘교육개혁 대토론회’를 시작했다. 교육부처럼 코드 맞는 몇 사람들 불러다 시늉만 낸 게 아니다. 프랑스 전역에서 전국민이 참가한 가운데 두 달동안 22개의 쟁점을 놓고 무려 1만 5000회의 토론회를 가졌다. 프랑스 국민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도 페리(Ferry) 교육부 장관이 무능하다고 흉보지 않았다.
아수라 같은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그래도 교육 부총리에게서 희망을 본다. 단 한번도 남의 탓을 하지 않았다. 한번쯤 언론이 부추겼다고 핑계를 댈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조사기관이 잘못해서 국가경쟁력이 급락했다는 식으로 억지 한번 부려볼 만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교육의 핵심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든 쟁점의 최종 결정을 미루고 지금부터 한국판 ‘교육 대토론회’ 장정을 시작하자. 쟁점을 함께 녹이는 역사를 시작해야 한다.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참여정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2004-10-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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