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이 맛있대] 졸깃졸깃 살살녹는 ‘행복한 곱창’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4-10-14 00:00
입력 2004-10-14 00:00
이미지 확대
곱창을 먹는 사람이라면 씹어도 씹어도 목으로 넘길 수 없는 고무줄처럼 질긴 곱창과 이상한 냄새에 그냥 먹지 않고 나온 아픈(?)추억을 한편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맛있다는 집이 아니면 곱창을 먹지 않겠다는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집이 지하철 수서역 사거리에 숨어 있다.해가 어슴프레 질 무렵 수서역 3번 출구 현대벤처빌 뒤로 가면 ‘고래집’,15개 테이블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가게 밖에 펴 놓은 간이테이블까지 사람들이 가득하다.

도대체 이런 곳에서 음식을 먹다가는 손님대접은커녕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완전 시장판이지만,신기하게도 어느 누구하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그들은 곱창을 오물오물 씹어먹으며 마냥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다.‘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이런 대접을 받고 먹나’하며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익은 곱창을 간장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이미지 확대


이건 곱창이 아니고 ‘고기’다.이빨로 살짝 씹으니 곱창 안에 곱이 흐르고 이내 부드럽게 부서지는 그 곱창의 맛이라니… 가히 환상이다.또한 간장소스의 오묘한 맛이 혀끝에 느껴진다.뭐랄까.고추의 매운 맛과 과일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맛,최고다.

이번에는 양구이를 먹어 보았다.소스에 잘 재워진 양은 그냥 입에서 녹는다.맛있다는 쇠고기 부위,등심이나 안창살보다 오히려 맛있게 느껴진다.입에는 이름 모를 과일의 향기가 오래도록 남는다.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말자.가 저의 철학입니다.”라고 맛의 비결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주인 박경미(38)씨.그녀는 모든 재료를 최상급으로만 쓴다.매일 오후 2시에 가락동 축협직매장에 방금 잡은 소의 내장을 직접 사온다.최상급이 없으면 그날은 장사를 하지 않을 정도다.

곱창은 한우 중에서도 비육우 것만을,양은 뉴질랜드산 소의 것만을 고집한다.그래야 제맛이 난다.손수 손질해 숙성 기간을 거치고 손님들에게 낸다.

소스는 청양고추를 간장에 재워 발효시키고 각종 과즙을 첨가해 고래집만의 맛을 만들었다.또 참숯으로 구워 먹기 때문에 더욱 담백하다.손이 커 인심도 좋은 박 사장은 곱창을 먹는 손님들에게는 해장국,누룽지탕,맛보기 냉면을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준다.역시 손님이 많은 집에는 뭔가 다른 비결이 있음을 확인케 한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04-10-14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