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75)-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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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9-07 00:00
입력 2004-09-07 00:00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그러나 이 2부합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노자는 ‘물건을 깊숙이 감추고 있어 얼핏 보면 빈 것처럼 보이는 장사꾼이 훌륭하고 또 많은 덕을 갖추고 있으나 외모는 마치 바보처럼 보이는 군자’야말로 참군자라고 역설함으로써 무위(無爲)의 도(道)를 강조하고 있고,반면에 공자는 계속해서 대여섯 번이나 ‘예란 무엇입니까.’하고 묻고 또 물음으로써 유위(有爲)의 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무위의 도’

노자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의 도로 압축된다.노자가 쓴 유일한 경서인 ‘도덕경’의 첫 구절이 ‘도라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로 시작하고,스스로 생겨나고 발전하며 무엇인가 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므로 무엇이든 알려는 지적호기심에 의해서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은 오히려 그 지적욕망 때문에 자기해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처럼 부쟁(不爭)의 덕을 갖춰야 하며,‘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노자의 사상은 한마디로 물로 상징된다.물은 만물을 도와서 생육시켜주지만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누구나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물은 무언가 한다는 자의식 없이 자연을 돕고 만물을 소생시킨다.따라서 무엇인가 작위하려는 자기욕망을 끊고 물처럼 무위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도이며,이것이 바로 ‘도는 항상 무위하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는 최상의 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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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자는 이러한 노자의 ‘무위의 도’보다는 ‘유위의 도’를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였다.공자에게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의,예,지와 같은 유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따라서 무위의 도를 추구하는 노자를 유위의 도를 추구하는 공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가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이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는 돌아갔다.그리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제자들에게 공자는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얘들아,새는 잘 날고,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며,짐승이라는 놈은 잘 달린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글쎄 말이다.달리는 놈이라면 그물을 쳐서 잡을 수가 있고,헤엄치는 놈이라면 낚싯줄로 낚을 수 있으며,나는 놈이라면 화살이나 주살로 쉽게 쏘아 잡을 수가 있지 않은가 말일세.’

‘그야 당연하지요.’

제자들의 하나가 대답하였다.

‘그렇지만 용이 되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버리면 나로서도 그 용의 행적은 알 길이 없지 않겠나.’

공자의 말을 들은 제자 중의 하나가 다시 물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새삼스럽게 하시나요.’

그러자 공자는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예를 물었기에 하는 말이다.나도 예의 진수를 몰라 노자에게 가서 물었는데,다만 이렇다.내가 만나 뵌 노자는 마치 용과 같은 분이셨다.’

제자들이 침묵하자 공자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알기로는 노자는 모름지기 무위의 도를 닦는 분인 것 같다.’”

노자를 용으로 비유한 공자의 표현은 정곡을 찌른다.공자는 평생 동안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때로는 그물을 치고,낚시질을 하고,화살을 쏘았다.그러나 노자는 그물로도 화살로도 그 무엇으로도 잡을 수 없는 용인 것이다.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 정체불명의 용인 것이다.그러나 그러한 노자가 펼친 무위의 도가 아무리 옳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새를 잡고 물고기를 낚는 인간사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공자가 펼친 무언의 항변인 것이다.

공자의 이 말은 스피노자의 그 유명한 금언을 떠올리게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2004-09-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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