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2004] 박성현·이성진 신궁 대결… 마지막 한발서 金·銀 갈려
수정 2004-08-19 03:50
입력 2004-08-19 00:00
마침내 ‘딱’ 소리와 함께 정중앙에 꽂힌 화살이 부르르 떨리자 그리스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이어 이성진이 날린 화살은 8점에 머물렀다.신은 마침내 박성현에게 생애 첫 월계관을 허락했다.
사흘 동안 펼쳐진 토너먼트전에서 웃음 한자락 조차 내비치 않던 포커 페이스 박성현이었지만 18일 밤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라서자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기대를 모은 디펜딩 챔피언 윤미진은 8강전에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위안슈치(20·타이완)에게 105-107로 또 무릎을 꿇었다.
신이 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2연패를 허락치 않은 것.그러나 이성진이 4강전에서 위안슈치를 104-98로 가볍게 꺾어 언니의 빚을 대신 갚아 주었다.
지난 1984년 LA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여자양궁 개인전 6연패를 달성한 한국은 88년 서울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은·동을 휩쓴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개의 태극기를 동시에 아테네 하늘에 휘날렸다.
지난 12일 랭킹 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82점·72발)을 세우며 금빛 예고를 한 박성현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이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고,결승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상대마다 10점 이내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앨리슨 윌리엄슨(33·영국)과의 준결승은 그녀의 솜씨가 더욱 빛난 한판.3엔드 첫 슈팅에서 과녁 한 가운데 숨은 TV중계 카메라의 렌즈를 뚫어 한국 양궁의 트레이드 마크인 ‘퍼펙트 골드’를 관중들에게 선사했다.
대표팀 막내와 치른 결승전이 오히려 피말리는 접전이었다.1엔드 첫 발에서 10점을 꽂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2엔드 들어 동생이 3발 모두 10점 만점에 쓸어 담는 바람에 53-56으로 역전을 당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박성현의 뚝심이 빛났다.꾸준히 9∼10점을 쏜 박성현은 4엔드 두번째 슈팅에서 10점으로 마침내 동점을 이뤄냈고,결국 마지막 한 발에서 승부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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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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