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40)-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수정 2004-07-20 00:00
입력 2004-07-20 00:00
제1장 첫 번째 출국
간언술(諫言術).
군왕의 비위만을 맞춰 아첨하는 예스맨에서 벗어나 시시비비를 엄격히 가려 올바로 간언하였던 명재상 안영.그러나 안영의 뛰어난 점은 임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임금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간언술로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자는 표리(表裏)가 같은 사람이다.”
원래 표리는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옷의 겉감과 안감을 가리키는 것으로 겉감과 안감이 같다는 것은 밖으로 나타내 보이는 행동과 속마음이 일치되는 진심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안영을 칭찬한 구절이 딱 한번 나오고 있지만 안영의 언행을 모아 놓은 ‘안자춘추’에는 이처럼 공자가 안영을 칭찬한 구절이 여러 번 나오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일로 사기에서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열전’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존경한 인물로는 주(周)의 노자(老子),위(衛)의 거백옥(伯玉),제의 안평중(晏平仲:안영),초(楚)의 노래자(老來子) 등이다.”
실제로 공자는 안영의 뛰어난 간언술에 대해서 감탄하는 장면이 ‘안자춘추’에 여러 번 나오고 있는데 그 일화들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경공의 애마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경공은 몹시 화가 나 마굿간지기를 당장 사형에 처하라고 하였다.안영에게 의견을 묻자 안영은 대답하였다.
“요순 임금이 사람을 죽인다면 누구부터 죽일 것이라고 보십니까.”
“그거야 과인부터 죽이겠지.”
요순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었으므로 경공은 당황한 마음에 그렇게 얼버무린 것이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경공은 마굿간지기를 사형 대신 하옥시키라고 고쳐 명령했다.이에 안영은 다시 말하였다.
“이대로 하옥시키면 죄인은 자신의 죄를 모를 터이니 신이 그 죄목을 알게 해주겠습니다.”
경공의 허락을 받은 안영은 이렇게 말하였다.
“듣거라,너는 죽을 죄를 세 가지나 범했다.첫째로는 말을 잘 돌볼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고,둘째로 임금이 사랑하는 말을 죽게 했고,셋째로 말 한마리 때문에 임금으로 하여금 사람을 하나 죽이게 하였다.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임금님을 비난할 것이고,또 제후들이 알게 되면 우리나라를 멸시할 것이다.이와 같은 죄 때문에 너는 하옥되는 것이다.”
안영의 간언술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경공은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용서하라.나의 덕을 해치지 말라.”
결국 뛰어난 간언술로 마굿간지기의 하옥은 보류되었는데,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안자는 마굿간지기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임금으로 하여금 덕을 잃지 않게 한 것이었다.”
공자의 이러한 찬탄은 자신의 사상과도 일치되는 것이었다.평소에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덕치주의(德治主義)를 이상주의로 삼고 있던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마치 북극성은 일정한 자리에 있으되 여러 별들이 모두 돌며 떠받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실제로 훗날 노나라의 권신 계강자가 공자에게 ‘만약 정치를 하는 데 있어 무도(無道)한 자를 죽이어 유도(有道)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어떠하겠습니까.’하고 묻자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내린다.
2004-07-20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