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연기 물오른 지성
수정 2004-05-14 00:00
입력 2004-05-14 00:00
예의 그 반듯한 이미지로 정평이 나 있는 지성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화려한 프린트 셔츠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왠지 그에겐 먼지 한 톨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매끈한 슈트가 더 어울릴 거라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몸이 안 좋은데 오늘은 특히 더 그렇네요.목에서 등줄기까지 짜르르한 게 꼭 몸살 걸릴 거 같아요.” 그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건 갈라진 목소리뿐.낯색이나 표정은 여유로웠다.배역도 맘에 드는 데다 드라마도 순풍이니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할 듯싶다.“드라마가 안되면 별별 탓을 다하는데 이번에 그런 게 없으니까 너무 편해요.윤택이는 밝고 순수해서 맘에 들었어요.첫사랑을 향해 조건없는 사랑을 쏟는 정말 괜찮은 친구죠.”
조바심을 내지 않는 건 대박을 터뜨린 ‘올인’ 이후 ‘왕의 여자’로 참담함을 맛봤기 때문일까.막강 사극 ‘대장금’의 기세가 워낙 대단해 고전하리라 짐작은 했지만 조기 종영의 수모까지 겪을 줄이야.그러나 지성은 정작 “많은 걸 배웠다.”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보였다.기자에게 “역시 안 보셨죠?”라고 애교스럽게 물을 정도다.“임금(광해군) 역할에 대한 중압감이 컸어요.무게감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죠.근데 하다보니 ‘아! 나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운좋게 데뷔했지만 갑작스런 연기 생활은 한편으론 고통이었다.“아무도 가르쳐 주지는 않으면서 너무 많을 걸 요구하는 거예요.정말 괴로웠죠.” 그래서 가진 공백기.철저하게 배우가 되자고 결심했다.본격적인 연기 수업도 받고 책도 많이 읽었다.복귀 이후 ‘결혼의 법칙’으로 출발,‘화려한 시절’‘햇빛 사냥’‘올인’‘왕의 여자’‘애정의 조건’까지 쉼없이 달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스크린에도 다시 도전한다.영화 얘기가 나오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했다.첫 번째 영화냐고 물었던 것.“아니죠.사전 조사가 너무 없었네요.” 애써 웃으며 말하는 그에게 한술 더 뜨는 기자.“(기억을 더듬으며)개봉은…했었나요?” 뜨악한 표정에 순간 긴장했지만 사람 좋은 미소 때문에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아∼,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질문 받았다면 정말 상처받았을 거예요.(웃음)” 출연작을 처음엔 굳이 밝히길 꺼렸했지만 두 손을 입에 대고 속삭이듯 말한다.“휘파람 공주예요.(웃음)”
박상숙기자 alex@
인터뷰에서 또 한차례 고비를 맞은 건 만인이 다 아는 여자친구(박솔미) 때문.지성과 박솔미는 이병헌·송혜교에 이은 또 하나의 ‘올인 커플’.인라인스케이트 타는 걸 즐긴다는 그에게 “여자친구도 같이요?”라고 넌지시 물었더니 이내 입이 다물어지고 미소가 굳는다.당당하게 공개한 사이 아니었던가? 두 사람에게 없던 호의가 생긴 건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별로 숨길 것도 없는 연애 사실을 공공연한 비밀에 부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시시콜콜 밝히지는 않더라도 뭔가 여자친구에 대한 호쾌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움츠러드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다들 사귄다니까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정말 부담돼요.” 질릴만도 하다.게다가 박솔미가 속해 있는 기획사에서 ‘한 두름’으로 엮이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각자 활동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꼭 그럴까? 이·송 커플을 보라.연인 선언 이후 따로 또 같이 각종 CF를 휩쓸고 있지 않는가.
어쨌든.그래도 영화 ‘바람의 전설’은 빼놓지 않고 봤다.운동을 좋아해 요즘 합기도를 배운다는 그.“춤은 안 배워요?” 마지막으로 웃으며 던진 농담에 “아! 글쎄,왜 이야기를 자꾸 그쪽으로 끌고 가죠?” 지성보다 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안절부절이다.
박상숙기자˝
2004-05-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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