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또 ‘등록금 마찰’
수정 2004-02-03 00:00
입력 2004-02-03 00:00
●단과대 학장들도 등록금 투쟁에 뛰어들어
중앙대 예·체능계 단과대 학장 4명은 지난달 22일 등록금 인상분과 별도로 예·체능계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이들은 결의문에서 “침몰된 재단과 형평성에 발목 잡혀 있는 현 체제에서 교육 목적을 달성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교수들은 일부 학생들의 서명도 받았다.이 대학 안산캠퍼스 총학생회장 송상훈(21)씨는 “방학 중에 학장들이 학생들을 한명씩 불러 인상요구안에 서명하도록 요구,교수들과의 관계 때문에 할 수 없이 서명한 경우가 많다.”면서 “제자들을 대변하고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이 등록금 인상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일 서울대·부산대 등 전국 15개 국·공립대총학생회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이들은 국공립대 투쟁본부를 결성,지속적인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특히 서울대 학생들은 학교측이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면 헌법소원이나 납부거부운동 등 실력행사도 불사할 태세다.학교측은 재학생과 신입생의 기성회비를 8∼10%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이에 대해 서울대 단대학생회장 연석회의측은 “기성회비 납부가 강제적이고 운영이 불투명해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재산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3월 중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 “물가 인상률 비해 인상폭 너무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학 170여곳 가운데 등록금 인상이 확정된 곳은 20여곳에 불과하다.그나마 신학계열 대학이 대부분이다.나머지 150여개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9%의 인상안이 제시된 고려대에서는 학생회가 등록금을 대신 받거나 납부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학생들은 등록금인하와 함께 사용내역 공개를 주장했다.학교측은 “고정비용과 임금인상,신임교원 충원,강사료 인상,장학금 확대 등 모든 요소를 감안한 인상률”이라고 설명했다.
7.5%의 인상을 추진 중인 경희대는 지난달 27∼30일 학생들이 부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총학생회측은 4일 등록금고지서가 발송되면 서명과 납부거부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연세대·한양대·한국외대 등에서도 7.5∼9.5%의 등록금 인상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지원 확대·사용내역 공개가 해결책”
해마다 등록금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교육예산 7% 확보,기여금 입학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은 불투명하다.교육부 사학정책과 관계자는 “등록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고 교육부도 강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강정운 대학지원실장은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대학측이구체적으로 1년 살림을 공개하면서 어떤 요인에 의해 예산증가가 필요한지 설명하면 소모적인 논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유영규기자 taecks@
2004-02-03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