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의사에게 목숨 맡긴 응급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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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27 00:00
입력 2004-01-27 00:00
장탄식을 금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출신 ‘가짜 의사’가 10개월간 응급실 당직의사로 행세하면서 교통사고 환자는 물론 신생아와 폐암 환자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명 가까운 환자를 불법 진료해 온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의료 행위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됐다고 말하지만 그 중에서도 응급실은 분과 초를 다퉈 생명을 구해야 할 의료 최전선이다.이번 사건은 바로 그곳에서 환자가 가짜 의사에게 목숨을 내맡겨야 할 정도로 의료 체계가 엉망임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악성 의료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검찰 관계자가 응급실 의사 부족 때문에 가짜 의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처럼 많은 가짜 의사가 활개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해당 병원과 의료계는 맹성해야 한다.의사 면허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병원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또 국민 의료부담을 최근 몇년 사이에 크게 늘려 놓고도 편한 돈벌이에급급한 게 의료계 현실이다.의료계의 기본 윤리 회복이 시급하다.

정부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의사들의 응급실 근무 기피 풍조가 자리잡고 있다.지난해 12월에도 응급의료센터의 58%가 의사수 법적기준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복지부 조사결과 드러나는 등 응급실 근무 의사의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정부는 의료인의 윤리의식에만 개선을 맡길 게 아니라 힘들고 위험부담이 큰 전공의에게 보다 많은 보수와 명예가 주어지도록 보험 수가와 의료체계를 적극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2004-01-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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