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에 푹 빠졌어요/호주서 배구유학온 마이클 클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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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21 00:00
입력 2004-01-21 00:00
“기회가 된다면 한국 배구코트에 서고 싶습니다.”

지난 20일 배구 V-투어 3차대회 대학부 경희대-한양대의 경기가 열린 인천 도화체육관.코트 엔드라인 바깥쪽 광고판 뒤에 선 벽안의 한 청년이 연신 팔몸짓을 해댄다.총알 같은 속공이 터질 때마다 놀라운 듯 탄성을,대포알 같은 백어택이 블로킹에 막힐 때면 아쉬운 듯 한숨을 토해내는 모습이 열성팬의 모습 그대로다.

경희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마이클 클리시(사진·19·호주)는 한국 배구를 배우고 싶어 태평양을 건너온 호주의 배구선수.지난해 8월 경희대 배구팀의 호주 전지훈련 당시 연습경기에 뛴 그는 한국 배구의 파워에 푹 빠졌다.슈퍼마켓의 부점장으로 차곡차곡 비행기삯 모으기를 4개월.고교를 졸업한 그는 지난달 26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거처는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선수단 합숙소.가끔씩은 김찬호 감독의 집에서 숙식을 하기도 한다.

누나만 둘인 막내 클리시는 집을 떠난 직후 세상에 나왔을 조카의 얼굴이 그립기도 하지만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아침 저녁으로 3시간 이상씩 치러야 하는 강훈.“초등학교 때 농구로 시작,배구만 5년째지만 고교와 뉴사우스 웨일즈주 대표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연습이라야 고작 일주일에 세 번뿐이었다.”면서 “한국배구가 호주보다 월등하게 앞서는 이유가 강한 훈련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찬호 감독은 “꾀부리려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괜찮다.’고 손사래 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집에 돌려보낼 땐 한국배구의 그 무엇이라도 쥐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 4월 시드니대학에 입학,호주배구리그(AVL) 코트에서 뛰게 될 클리시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코트에도 서고 싶다.”면서 “V-투어 경기장이 선수들의 열기로 후끈하지만 이빠진 듯 비어 있는 관중석은 보기에 좋지 않다.”고 따끔한 한마디도 곁들였다.

인천 최병규기자 cbk91065@
2004-01-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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