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조기총선 불가능”
수정 2004-01-20 00:00
입력 2004-01-20 00:00
이에 따라 19일 뉴욕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유엔이 미국측의 입장을 이라크측에 설득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직접선거를 통해 오는 7월 출범할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수만명이 시스타니의 초상을 들고 직접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그동안 시스타니는 미 군정당국이 직접선거 없이 과도정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위와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에서 시스타니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반면 미국은 18개 지역의 당원대회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유엔도 이라크 내 조기총선은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우선 인구조사가 수년간 이뤄지지 않아 투표인 명부 작성 자체가 어렵다.정당들은 겨우 창당 수준을 벗어나 제휴와 동맹관계 형성 등 정치적 게임에 약하다.이라크 국민들에게 정치 캠페인의 장을 마련해줘도 현 치안상황에서는 테러범들에게 좋은 표적만 제공할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과도정부 구성을 이끌었던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는 평화정착에 대해 낸 보고서에서 선거가 이뤄지려면 광범위한 민주화와 시민사회 건설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런 토양 없이 치러진 선거는 단시 다수의 폭력을 승인하는 데 그치거나 외부세력이 떠난 뒤에는 정부가 힘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은 이라크 사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첫째이유는 치안 부재다.유엔은 지난 8월 세르지우 비에이라 데 멜루 유엔특사의 사망 이후 사실상 활동을 정지한 상태다.
또 유엔 스스로가 위험한 상황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으며,표면상으로는 이라크인과 이라크 이웃 나라들의 위임권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이번 19일 회동에서도 유엔은 미국이 일정 부분 손을 뗀 7월 이후의 이라크 통치에 대해 주 관심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2004-01-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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