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日총리의 독도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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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12 00:00
입력 2004-01-12 00:00
새해 벽두부터 2차대전 A급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를 기습 참배해 한국인들을 격분시켰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급기야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망언을 했다.한국의 독도 우표 발행에 맞서 일본도 독도를 등장시킨 우표를 발행하자는 아소 총무상의 주장에 대해 파문 확대를 진정시키는 입장을 표명한 자리에서다.덧붙인 표현이 또한 미묘하기 짝이 없다.“한국 측도 잘 분별해서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분별있는 한국의 대응이란 어떤 것일까.

일본 총리의 독도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1977년 후쿠다 총리가 참의원 발언으로 한·일 갈등을 일으켰고 2000년에는 모리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시점에 국내 방송과의 회견에서 억지 주장을 펴 파문을 일으켰다.1996년 하시모토 총리는 독도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기점으로 삼는다고 선언해 영토적 야심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했다.일본의 망언이 나올 때마다 한국 외교당국이 취해온 자세는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것이다.독도가 우리땅인 것이야 역사적·지리적·국제법 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고 한국이 실효적 점유까지 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감정적 대응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적 분쟁거리로 이슈화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논리다.이번에도 정부는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고 한다. 과연 이는 효과적 전략일까.

이와 관련,호사카 세종대 교수는 ‘일본에 절대 당하지 마라’란 책에서 한국의 방심을 경고한 바 있다.일본인들은 상대방을 면밀히 연구하고 속여서라도 적을 이기는 게 선(善)이라고 가르치는 병학(兵學)사상의 신봉자들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독도 항목을 빼버리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그럴 듯하게 믿도록 끌어가는 사례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감정 자제’전략은 일견 옳다.그러나 이런 전략이 일본의 EEZ선언이나 신 한일어업협정에서처럼 우리의 독도영유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문제이다.일본 총리의 ‘분별 있는 대응’발언이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독도 수호에 관한 한 ‘한·일 우호’는 잊고 공격적인 문제 부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도 이제는 이를 경청할 때가 되었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4-01-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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