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도 축구도 함께 “어느새 친구됐어요”10대들이 허문 한·일의 벽/2002월드컵 기념 40명 산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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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10 00:00
입력 2004-01-10 00:00
“발우(鉢盂:그릇)공양 시간에는 소리를 내면 안되지.”

죽비(竹)를 들고 있던 해우 스님이 참다 못해 한마디했다.공양도 수양을 위한 방법이라 일절 말을 하거나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고 어제 저녁 그렇게 설명을 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7일 새벽 계룡산 갑사에서 스님들의 생활을 체험하던 한·일 청년 40명의 아침 공양 풍경이다.이 프로그램은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기념하고 한·일간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대한불교 조계종 파라미타 청소년회에서 일본 법화종 묘법사 신도 학생을 초청해 한국문화를 알려주고 있는 중이다.지난 5일 입국한 이들은 그동안 서산 마애삼존불,수덕사 등 백제권을 돌아본 뒤 갑사를 찾았다.

학생들이 산사에서 벌인 ‘소동’은 이것뿐이 아니었다.보름달이 계룡산 중턱에 걸린 어둑한 저녁에 숙소앞에서 축구를 해 스님들의 저녁 수행을 방해하기도 했다.땀을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축구를 했던 아마노 쇼타(15·중학교 2학년)는 “춥지도 않고 재미있어요.두세번 골을 넣는데 점수는 상관없어요.”라고 말하곤 축구공을 향해 뛰어갔다.쇼타가 공을 차는 모습을 잠시 구경하던 장기수(19·충주 대원고 3년)군도 “쇼타는 정말 빠르고 축구 잘해요.”라고 말하다 어느새 축구공을 차기 위해 달려갔다.

학생들은 갑사에 3일간 머물며 예불·참선·다도 등을 체험했다.불교 무술 시간에 전일본 가라데 2위의 발차기 실력을 보여준 에가시라 고미코(23·국립 사가다 에이가쿠대 4년)는 “수덕사 박물관에 갔을 때 일본에서 공부한 경전이 있어서 놀랐다.”면서 “한국에서 일본으로 문화가 전파된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트너를 정해 사흘간 숙식을 함께한 한·일 학생들은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우리는 홋카이도에서 왔는데,한국이 훨씬 춥다.한국 친구와 펜팔한 적도 있는데 한국 친구들은 친절하고 성격이 밝아서 좋다.(마츠무라 유코·19·고3)” “산사 체험보다 서로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하는 게 재미있다.텔레비전을 보고 일본 학생들은 모두 비행청소년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안 그런 것 같다.(장기수)” “일본과 달리 마을 가까이에 절이 있어 신기하다.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교류기회가 많으면 한 가족처럼 협력하는 좋은 관계가 되지 않겠는가.(요시나가 마오·18·고2)” “내 파트너가 마오인데,둘다 탤런트 원빈을 너무 좋아한다.그래서인지 왠지 서로 말이 통하는 느낌이다.(차유진·19·의정부 광동여고 3년)”

장곡(49) 주지스님은 “한·일간의 관계는 최근에도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독도 우표발행 등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지만,갑사에 머문 양국 학생들은 다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였을 뿐”이라면서 “양국 청소년들이 이처럼 교류를 하다 보면 한·일관계도 언젠가 진전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9일 서울로 온 일본학생들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경복궁 등을 관광한 뒤 동대문에서 쇼핑을 했다.일본 학생들은 10일 11시30분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계룡산 갑사 김효섭기자 newworld@
2004-01-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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