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심
기자
수정 2004-01-09 00:00
입력 2004-01-09 00:00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고3 여름,왜관의 한 수도원으로 한달이나 잠적해 지금은 늙으신 부모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던 기억이 난다.딸의 모습에서 30년전의 나를 본다.순수했던 영혼.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나를 회상하면 행복해진다.
김충수신부는 강론집 ‘내가 지금도 사제로 사는 이유’에서 좋은 신부가 되겠다는 어린시절 자신과의 약속을 33년의 사제생활 동안 잊지 않으려 했다고 썼다.중1 때 신학교에 들어갔으니 50년째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아내가 뭐라 하든 나는 딸아이가 지금의 초심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2004-01-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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