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변화관리실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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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08 00:00
입력 2004-01-08 00:00
대우증권에는 다른 증권사에 없는 ‘변관실’이라는 곳이 있다.변화관리추진실을 줄인 말로 내부혁신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는 미래전략을 만드는 곳이다.이 변관실이 모 그룹 해체로 위태롭던 회사를 살려내 지금까지도 업계 ‘빅5’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변관실의 성공사례는 오랜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돈 한푼 안들이고 고객관리 혁신

변관실은 대우그룹이 몰락하면서 우수 인력의 경쟁사 이탈이 극에 달했던 2001년 1월에 만들어졌다.임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회사를 살려낼 전략을 짜는 것.3년이 지난 현재 변관실은 굵직한 ‘사고’를 잇달아 만들어내며 회사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조직의 막내격인 나혁(羅赫·32) 대리가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로부터 ‘신지식 금융인’으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지난해 4월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변혁 우수사례 발굴대회’에서 최고상(대상)을 거머쥐었다.

변관실은 결성 첫 해인 2001년 업계 최초로 ‘지식경영(KM)시스템’을 개발했다.일종의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으로 고객의 취미 경력 등 신상정보는 물론 투자패턴과 매매성향 및 영업 노하우까지 모든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했다.오찬욱(吳燦郁·43) 변관실장은 “다른 직원이 담당하는 고객에 대해서도 ‘맞춤식 영업’을 할 수 있고 새로 들어온 직원들까지 빠르게 업무를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KM시스템은 직원간 고객정보 공유를 꺼리는 증권업계의 특성 때문에 제대로 정착된 곳이 거의 없다.많은 증권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번번이 활용에 실패했다.대우증권의 성공은 그래서 더 주목받는다.

●위기의식을 성공의 동력으로 바꿨다

KM시스템 개발의 출발점은 극도의 위기감이었다.나 대리는 “대우사태 이후 고급 인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그들이 관리하던 고객까지 대거 동반이탈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다른 직원의 고객을 신속하게 넘겨받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된 이유다.변관실은 또 ‘앉아서’ 고객을 받는 수동적인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지점장과 직원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듣는 등 능동적인 마케팅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객정보를 남과 공유하는 데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컸고,일부에서는 “회사가 고객 응대법까지 일일이 간섭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하지만 일선 영업현장에서 고객 유지·확장에 탁월한 효과를 보면서 반발은 차츰 수그러들었다.

변관실의 현재 인원은 8명.새해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위기관리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모든 직원을 분야별 최고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다.오 실장은 “올해에는 옛 대우 계열사들이 겪었던 것처럼 어려움에 봉착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위기와 변화를 관리하는 방법을 컨설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2004-0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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