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때문에 아들 파혼이라니…/김신조씨 “35년간의 새삶 물거품… 법적대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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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07 00:00
입력 2004-01-07 00:00
“영화 ‘실미도’ 때문에 우리 아들이 파혼당했습니다.어린 외손자들도 이 영화를 통해 할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혹시 뒤바뀌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최근 영화 ‘실미도’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괴로운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1968년 1·21사태 때의 유일한 생존자 김신조(사진·62·남양주 성락교회목사)씨.그는 지난 11월말까지만 해도 31살된 아들 결혼식(12월6일 서울팔래스호텔)을 치르기 위해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내며 들뜬 나날을 보냈다.그러나 12월1일 예비사돈댁에서 ‘파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결혼식 날짜를 불과 5일 앞둔 상황이어서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파혼 이유는 영화 ‘실미도’에 등장하는 ‘김신조’라는 이름 석자 때문이었다.개봉을 코 앞에 두고 각 언론매체에서 집중적으로 영화를 다루자 사돈댁에서 ‘재고’를 하게 된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개봉 일주일 뒤인 지난 12월30일 명보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김신조’라는 이름이 꼭 4번 나오더군요.”

이후 김씨는 거의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지난 97년부터 목회활동에 전념하며 새삶을 꾸려온 그에게 까마득히 잊었던 ‘무장공비 김신조’라는 말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들렸기 때문이다.김씨는 “결국 남북대치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희생적인 사건은 많이 생겨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사건 발생 35년이 지난 후 상업적으로 제작된 한 영화로 인해 행복하게 살아온 자신 가족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애써 적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남북 분단의 현실을 놓고 무분별한 상업적 제작수단은 어느날 그 행복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김씨는 현재 변호사와 법률검토중이며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곧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래저래 김씨는 ‘괴로운 1월’을 보내게 됐다.

김문기자 km@
2004-01-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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