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서울역
기자
수정 2004-01-05 00:00
입력 2004-01-05 00:00
그런데 새해 첫날 환한 대형 유리건물의 고속철 서울역사가 문을 열면서 한많은 서울역 풍경도 함께 마감될지 모르겠다.대형 쇼핑몰과 함께 위용을 드러낸 새 역사는 마치 국제공항 대합실을 연상시키듯 너무 화려해 옛 서울역전의 주인공들이 머물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역사가 처음 들어선 것은 1900년 8월,염천교 아래 논 한가운데 10평 남짓한 목조건물이었다.첫 이름은 남대문정거장.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 33㎞의 출발역이었다.경성시민들은 ‘불을 먹는’쇠덩어리 괴물의 등장에 기절초풍들 했다고 하니 그 문화충격이 가히 짐작된다.지금의 르네상스식 붉은 벽돌건물은 이후 서울인구가 30만명으로 늘어나 새 역사가 필요해진 1925년 준공됐다.일본 건축가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했고 설립주체는 일본의 남만주철도주식회사였다.당시 동양 제1역은 도쿄역,제2역은 경성역이라고 했다 하니 대단한 건축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선을 착취하려는 일제의 야욕이 숨어있는 부끄러운 유물이기도 하다.다행히 1919년 9월 강우규 의사가 사이토 신임 일본총독 일행에게 폭탄을 던져 의거한 곳이기도 하니 부끄러운 역사만 있는 자리는 아니다.1988년 대합실이 현대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지난 80여년간 서울역의 얼굴은 이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이었다.이 건물이 문화관으로 바뀌고 대신 활시위를 상징하는 역동적인 초현대식 고속철 역사가 들어섰으니 또 한 시대의 자리바뀜이 이렇게 해서 이뤄지는 모양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2004-01-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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