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하늘이 준 보배
기자
수정 2003-12-31 00:00
입력 2003-12-31 00:00
하구가 저만치 보이는 강물처럼 일상의 삶이 소리도 없이 꾸물꾸물 흘러가고,눈에는 침울한 빛이 내려앉은 지 오래지만 아이의 모습을 보니 문득 인생이 작은 개울처럼 돌돌돌 재잘거리며 시작하던 무렵으로 기억의 필름이 돌아간다.귀마개,벙어리 장갑,털신,두껍고 뻣뻣한 내복,더운 물 한 바가지 부어 얼음이 언 수돗가에 들고 나간 세숫대야,주머니 속 딱지와 구슬,때 광택이 반들반들한 손가락,그리고 콧물 ….한 옛날 추억이 쫘르르 돌아가며 기분이 화해진다.
“얘야,너 손 곱아 본 적 있니.”라고 물으니 아이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젊은 아낙을 쳐다본다.아낙도 살며시 웃으며 아이를 본다.어린이들은 언제 봐도 하늘이 준 보배,말라가는 마음에 불어오는 훈풍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2003-12-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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