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키르쿠크와 쿠르드족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3-12-23 00:00
입력 2003-12-23 00:00
쿠르드족은 4000년 동안 나라없이 살아온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이다.하지만 고유의 언어와 전통을 유지하며 독립국가의 꿈을 간직해오고 있다.이라크와 터키 시리아 이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서로 만나는 ‘쿠르디스탄’이란 접경 산악지대에 주로 거주한다.인구수는 터키(1100만명) 이란(550만명) 이라크(400만명) 시리아(100만명) 등 모두 2000만∼2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은 주변국들의 박해와 차별 속에 독립을 위해 외세와 손을 잡았다가 배신당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1차 세계대전에는 터키군에 편입돼 참전했지만 전후 독립은커녕 주변 5개국에 의해 갈갈이 찢겼다.1946년 구 소련이 이란을 점령한 틈을 타 공화국을 세웠으나,1년 만에 무참히 짓밟혔다.1980년 이란·이라크전쟁 때 사담 후세인에 맞서 싸웠으나 전후 대대적인 보복학살을 당했다.신경가스에 의해 마을주민 5000명이 5분 만에 모두 즉사한 ‘할랍자 학살’이 이때 자행됐다.1991년 걸프전이 나자 또 봉기했으나 잔인한 보복만 불렀다.

쿠르드족은 후세인의 체포 소식에 환호성을 올렸고,전쟁 초기부터 미군에 적극 협조했다.쿠르드족은 대개 종교적으로도 수니파인 후세인과 달리 시아파이다.현재 이라크 북부에 3개주의 자치지역을 갖고 있는 쿠르드족은 인접 도시인 키르쿠크를 독립국가의 수도로 상정하고 있다.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이라크 임시통치위원회에 키르쿠크를 자치지역에 포함해,이라크 연방을 구성하자는 내용의 제안을 제출한 상태다.키르쿠크가 쿠르드족 독립운동의 진원지로,전후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키르쿠크는 주민의 4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투르크멘계,아시리아계,아랍계가 뒤엉켜 사는 인종과 종파의 도가니이다.

하지만 쿠르드족이 이번에도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이라크 석유의 40%가 매장된 유전지대를 어느 나라가 쉽게 포기하겠는가.게다가 터키 등은 이라크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이 자국내 쿠르드족의 저항을 촉발할 수 있다며 무력 개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쿠르드족에겐 친구는 없다.산이 있을 뿐이다.” 강대국과 주변국들에 끊임없이배신 당해온 쿠르드족의 유명한 속담이다.한국군의 추가 파병지역으로 키르쿠크가 유력하다고 한다.쿠르드족에게 한국은 어떠한 나라가 될 것인가.

김인철 논설위원
2003-12-23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