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겨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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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08 00:00
입력 2003-12-08 00:00
아침 출근길에 보니 아파트 단지 앞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의 가지가 잘려 있다.아마도 월동준비에 들어간 듯하다.아직도 빛바랜 잎파리를 몇 개 달고 있는 이웃 나무들에 비해 더 춥게 느껴진다.구태여 나무의 팔,다리를 자르며 애정 표시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나무는 가을부터 스스로 단풍으로 치장하면서,잎을 모두 떨구고 가지 끝을 빈틈없이 문 단속하면서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황지우 시인은 ‘나무는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20도 지상에서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겨울을 버틴다고 했다.그리고 ‘온 혼으로 애타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밀고 간다.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겨울 나무에서 봄 나무가 된다고 했다.



꼬마 녀석들이 가지 잘린 나무 아랫길을 종종걸음으로 내닫고 있다.두툼한 코트를 입고도 아이들의 어깨가 저토록 움츠러 들었는데 생살을 드러낸 나무의 고통은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곧 수은주가 곤두박질친다는데….

우득정 논설위원
2003-12-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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