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노인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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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04 00:00
입력 2003-12-04 00:00
서울 탑골공원에서 종묘앞 광장으로 이어지는 종로 거리는 ‘노인 벨트’다.

겨울 치고는 꽤 볕이 따스한 날 그곳에 나가보니 약장수 말에 귀가 솔깃해진 노인,호떡장수 주위를 맴도는 노인,화단 턱에 앉아 행인을 바라보는 노인,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하는 노인 등 제각각의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로 북적인다.

풍진의 속박을 넘어섰을 것 같지만,풀어져 다시 말개진 노인들의 눈빛은 아직도 무언가를 구하고 있다.일일까,아니면 돈일까.보람,건강 이마저도 아니라면 당장의 일식(一食)일까.

사람은 눈빛으로 많은 것을 말한다.또 ‘관심법’의 궁예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눈빛을 늘 읽으려 한다.하지만 30대 젊은이도 ‘명태’(명예퇴직자) 줄에 엮이는 세상이니 노인들의 눈빛을 읽은들 이 사회가 해 줄 수 있는 건 신통한 게 별로 없을 터.눈앞에 다가온 고령 사회를 이렇게 대비해도 되느냐고 노인들의 눈빛은 합창하는 듯하다.

강석진 논설위원
2003-12-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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