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 금융시장 안정책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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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02 00:00
입력 2003-12-02 00:00
카드빚 사태에 ‘원죄’를 안고 있는 규제개혁위원회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또 제동을 걸고 나섰다.이번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정을 문제삼았다.규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규개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따르면 규개위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도 일정 금액(대출금 절반의 0.125%)을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에 의무적으로 추가납부하도록 한 정부방안(‘근로자의 주거안정과 목돈마련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재경부에 권고했다.

●“행정편의 규제”vs“가계빚 억제 불가피”

지금은 주택자금대출에 대해서만 출연료를 물리고 있다.이에 따라 저금리를 틈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주택담보대출 및 투기바람을 억제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규개위측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취급비용을 물리려는 이유는 대출금이 상당부분 주택구입에 쓰인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자금 용도로 나가는 비율이 은행마다 각기 다른데 획일적으로 무조건 주택담보대출의 50%에 대해 출연료를 내라는 것은 행정편의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자녀 학자금으로 쓸 수도 있는 등 자금용처 파악이 어려워 투기수요 억제효과도 크지 않다.”고 철회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측은 ‘50%’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을 시인한다.그러나 은행들이 출연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명백히 주택자금대출인데도 주택담보대출로 공공연히 편법 기재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재경부 관계자는 “빚 내서 집 사자는 심리가 여전히 팽배한 데다 가계빚이 급증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주택담보대출 억제가 필요하다.”면서 “주택신보 출연금은 서민들의 내집마련 지원에 쓰이는 만큼 (출연금 증가에 따른)대출금리 상승분은 상쇄된다.”고 주장했다.재경부는 규제방법을 보완해 다시 규개위에 제출할 방침이다.금융기관들은 규개위의결정을 내심 크게 반기고 있다.

●“규개위, 숲은 못 본다?”

규개위는 지난 2001년 7월에도 길거리 카드모집을 금지하려던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치에 “법적 근거가 없는 과잉규제”라며 반대했다.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금감위가 ‘읍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결국 ‘카드빚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1년 후에야 규개위는 허용했다.



그런가 하면 규개위는 2001년말 소형주택 의무공급비율제 부활에도 처음엔 반대했었다.정부 관계자는 “모든 행정규제는 반드시 규개위의 사전허가를 거치도록 돼 있어 정책 대응에 실기(失機)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놓았다.서강대 김준원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만 떼놓고 보면 규개위 주장이 맞는 것 같지만 금융시장 전체와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대출억제가 바람직하다.”면서 “규개위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
2003-12-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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