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겨울잠’/수출 본격 회복세에도 소비·투자 여전히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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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1-28 00:00
입력 2003-11-28 00:00
미국·일본 등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달 경상수지가 4년여만에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올해 전체 흑자규모가 무려 12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한마디로 외국으로 수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 상황은 깜깜하다.소비와 투자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고,취업자 수도 지난 4월 이후 줄곧 감소세다.선진국발(發) 경기회복의 훈풍은 한낱 통계 그래프에만 존재할 뿐 우리 실물경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듯하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대미 수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지난 9월 10.6%에 이어 10월에도 10.4%를 기록,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일본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각각 22.8%와 28.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매월 40∼50%선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기 때문이다.지난 25일 미 상무부는 미국의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8.2%로 1984년 1분기(9%) 이후 약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그 영향은 수출 외에 원·달러 환율에서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최근 환율 상승은 LG카드 사태 등 우리의 열악한 내부사정도 이유가 되지만 결정적으로 미국경제가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놓고만 있다.수출이 경기회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정치·경제·사회적인 불안감 등이 기업들을 위축시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변화된 산업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중화학공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과거와 달리 수출로 얻은 외화가 국내 산업동맥에 퍼져나가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센터 소장은 “수출은 주로 제조업체들이 하는 것인데 이미 국내산업에서 비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어섰기 때문에 수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이 대개 설비위주의 장치산업들이어서 수출증대가 고용창출 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집약적 산업들이 대거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도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대외적인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원유·나프타·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높아져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준비자금으로 갖고 있으려는 성향이 높아졌다고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2003-1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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